무더위에 등짐 지던 여성이 옷을 훌러덩 벗고 개천에 풍덩

▲ 더위를 식히기위해 북한 병사들이 압록강에서 목욕을 하고있다. ⓒ데일리NK

며칠을 내리던 장마 비도 멎고 무더운 여름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숨 막힐 것 같은 무더위로 길가에 나서기가 꺼려지지만 그것도 잠시뿐, 어느 건물이나 지하철, 버스 안에 들어서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더위를 식혀준다.

이렇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으면 기자가 언제부터 이런 호사를 누렸는지 웃음이 나면서도 저 북녘의 무더운 여름날이 절로 생각이 난다.

찌는 듯한 무더위를 피하려 해도 피할 곳이 없는 곳, 겨울은 겨울대로 음산하고 여름은 여름대로 더위에 온몸이 젖는 생활이 저 북녘의 생활이다.

남이나 북이나 6.25전쟁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잿더미로 출발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반도의 오늘은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문화생활 수준에서도 대비할 수 없는 극과 극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가장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대상자들을 위해 건설하는 임대주택들도 깨끗한 화장실에 샤워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북한은 시골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도시에 건설된 주택들에도 화장실이 없어 공동 화장실을 이용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급수 조건도 매우 좋지 않아 마음 놓고 샤워하는 것도 어렵다.

북한 사람들은 도로 바닥의 피치가 질질 녹고 흙이 달궈질 정도의 무더위에도 생활고를 등에 지고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받으며 고달픈 여름을 지낸다. 그래도 달은 몸을 식힐 수 있는 방법은 강물에 뛰어들거나 기껏해야 집에서 소랭이(바가지)에 물을 받아 몇 번 끼얹는 방법이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이 온 몸을 지지고 달아오르게 해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어느 해 여름 평안북도 구성군. 몇 개의 등짐을 등에 지고 걸음을 옮기던 몇몇 여성들이 더위를 참을 수 없어 길옆 개천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보기가 딱한 것은 이 여성들이 너무 급한 나머지 옷을 벗고 길 옆 물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장소가 약간 물풀에 가려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지나는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이었다. 혼자라면 차마 그럴 용기가 없지만 두 셋 이상 짝지어 가던 여성들이 더위를 식히려고 옷을 벗고 물속에 뛰어든 것이다.

지나가던 한 여성이 이 장면을 보고 “그러다 남자들이 보면 어쩌려고”하고 물었더니 당당하게 “별 걱정이네, 보는 사람이 뭣하지”하면서 웃어버리는 것이었다. 다들 살기 바쁜(힘든) 속에서 여성들이 길옆 물속에 벌거벗고 뛰어들어도 누구 하나 참견할 겨를이 없다는 말이다.

간혹 길 가던 군인들이 여성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먼발치로 보고는 뭐라 시큰둥하게 걸치기도 한다.

그런 경우 대개 여성들은 먼저 장난치기 마련이다. “오고 싶으면 와라” 그러자 어떤 장난이 심한 군인이 정말로 히죽거리며 다가오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여성들이 난리가 난다. “야, 바람쟁이”, “색쟁이” 라면서 욕을 하면 금새 뒤돌아 가버린다.

여름의 무더위에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역시 얼음이나 아이스크림이다. 70∼80년대 북한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각 지방 도시들에서 만드는 소량의 얼음과자였고 또 평양에 가면 가끔 눈에 띄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얼음과자는 국가적으로 승인된 식료공장들이나 장공장, 편의협동 등에서 만들어 파는데 여름 한철은 북적대는 꼬마들로 (판)매대가 성황을 이룬다.

1980년대 말까지는 크게 잘 살고 못 살고가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다른 아이들이 사먹는 10전짜리 얼음과자도 못 사먹는 아이들이 한 학급(40∼50명)에 보통 5명 좌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아이들의 집에 가보면 시라지(시들은 배추)나 채친 무를 섞어 쑨 죽을 먹고 있어 깜짝 놀랐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당시보다 훨씬 심해졌다. 아침마다 몇몇 밥술이나마 먹고 사는 집 아이들은 부모들이 용돈을 조금씩 주어 학교 근처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얼음물을 사먹곤 한다. 그러나 나머지 아이들은 이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볼 뿐이다.

199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국가가 정해준 단위들에서만 얼음을 만들어 팔았다. 지금은 시장경제와 사적 생산이 늘어나면서 자체로 집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얼음을 만들어 군인이나 여행객, 주변 상인들에게 파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때문에 시장에 가면 개인들이 파는 얼음이나 아이스크림을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사먹을 수 있다. 심지어 시골에서도 장사 속이 밝은 사람들은 큰 냉장고를 사놓고 얼음이나 아이스크림을 팔아 돈을 모은다.

개인 장사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비위생적인 얼음과자 때문에 배탈이 나는 경우도 많다. 빨리 만들어 파려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소독되지 않은 물로 얼음을 만들어 파는 경우도 있다. 간혹 얼음을 사먹다가 보면 머리카락이나 찌꺼기 같은 것들도 들어 있다.

가끔 매대 앞에서 엄마에게 얼음과자를 사달라고 땅바닥에 풍덩 주저앉아 발버둥치며 울어대는 애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아도 자식에게 눅거리(저렴한) 얼음과자 하나 맘대로 사주지 못하는 엄마의 아픈 마음을 철없는 애들이 알까 모르겠다.

속이 타 발버둥질하는 어린 자식을 마구 때리며 함께 우는 엄마들도 있다. 얼음만 먹고 살겠냐고, 안타까운 엄마들은 죄 없는 얼음장사를 원망한다. 제발 좀 다른데 가서 팔라고. 그러면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들고 억눌린 마음들에 서로 분기가 치밀어 싸움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여름은 낮 시간도 고달프지만 밤에도 편히 잠자기가 쉽지 않다. 더위 때문에 참기 힘든데 방충망을 쳐도 이곳 저곳에서 빈틈을 찾아 모기가 날아들어 온다. 단층집에서 한 방에 보통 5명이 자는데 한 사람씩 밖에 화장실을 나갔다 와도 그 사이에 모기가 찾아 드니 성이 절로 난다.

하는 수 없이 밖에 나가 자정이 넘도록 수다를 떨다가 다음날을 위해 할 수 없이 모기와 파리가 욱실대는 집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선풍기가 있는 집도 전기가 안 들어오니 영락없는 ‘전시품’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의 여름날 이른 아침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 있다. 다름 아닌 밖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창고 지붕이나 도로 옆, 사람이 사는 마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모기에게 성화 받기는 집안이나 밖이나 마찬가지, 그래도 밖에서 자면 더위라도 물리칠 수 있으니 땅바닥에 비닐을 펴고 엷은 담요나 하불(침대요)을 쓰고 간신히 잠을 자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북한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잠자는 게 마찬가지라는 생각마저 든다.

여름에 곤혹스러운 다른 하나는 음식이 쉬는 것이다. 요즘 같은 날에는 아침에 해놓은 음식이 점심만 지나면 쉬어버린다. 냉장고는 몇 집에 하나 꼴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바쁘다고 음식을 미리 준비하거나 많이 사놓을 수가 없다.

그러나 돈벌이에 바쁜 가정부인들이 끼니마다 여러 가지 찬을 준비하기는 바쁘고, 때문에 주부들은 주로 소금이 많이 들어간 밑반찬 재료를 준비해 놓는다. 무나 가지 고추 등 채소를 말리우기도 하고 오이나 고추, 양배추, 파, 마늘 등을 절여서 단지나 독에 차곡 차곡 넣은 다음 창고 바닥을 파고 단지 목까지 묻는다.

이것들로 여러 가지 짭짤한 밑반찬을 만들어 단지에 넣어두고 조금씩 꺼내 먹는다. 북한 가정들의 이런 밑반찬 문화는 바쁜 주부들의 일손에 많은 도움이 되므로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90년대 중엽 수백만이 굶어 죽어간 고난의 행군을 거친 후 북한 사람들은 점차 국가의 공급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살기 위해 악착같이 벌어 먹으면서 개중에는 조금씩 여유 돈을 마련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었다.

이런 사람들은 냉장고나 선풍기 등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했지만 대신 전기가 없어 별로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운전수나 통신 부문, 또 일부 힘 있는 사람들이 배터리를 구매해 TV도 보고 전기용품들을 좀씩 사용하기도 하나 그마저도 정부에서 단속 품목으로 정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지금 북한 시장들에서는 선풍기(중국제)가 2만5000원∼3만원 대 가격대에서 판매되고 있다. 냉장고는 일본제 중고품(300ℓ 기준)이 보통 20∼40만원에서 팔리며 한국 냉장고는 용량에 따라 100만원 이상에도 판매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자체발전기’라 칭하는 배터리도 중국제만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래서 12볼트짜리 중국제 배터리(자동차용)가 30만원 대 가격대에서 판매 되고 있다. 이것도 밥술이나 먹고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차지가 올뿐, 하루 벌어 하루살이 식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고단하고 지친 북한 서민들에게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가시게 해주는 것은 자연이 주는 응달과 시원한 강물이 전부라면 전부이다. 북한 주민들도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멀리 휴가를 떠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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