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입북 로버트 박, ‘적대유인물 유포罪’ 가능성

25일 중국에서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무단 월경한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박(한국명 박동훈, 28세) 씨가 김정일과 북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편지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박 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신병처리가 주목된다.


박 씨는 성탄절인 25일 금요일 오후 5시께 서울에서 함께 출발한 탈북자 2명의 안내를 받아 중국 삼합에서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회령시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후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아직까지 박 씨의 월경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도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며 상황 파악에 노력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AP통신은 26일 박 씨가 북한으로 들어가기 전 박 씨가 김정일과 북한 지도부에 전하는 편지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박 씨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27일(미국 현지시간) 공개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에 따르면 박 씨는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선포한다”로 시작되는 편지에서 “죽어가는 북한 인민들을 살릴 식량, 의약품, 생필품 등과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도와줄 물품들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도록 국경의 문을 열고 모든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해 정치범들을 석방하길 바라며 북한주민의 아사 사태와 정치범수용소 내 사망 등의 책임을 지고 북한 지도부가 총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박 씨는 두만강을 건너는 동안 “나는 미국 시민권자다. 주님의 사랑을 전하러 왔다. 주님은 당신들을 사랑하고 축복한다” 외쳤으나 북한 경비병들로 부터 별도의 제지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회령지역에서 미국 사람 월경 소문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볼 때, 아마도 미국 여기자들처럼 평양으로 바로 호송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북중 국경지역을 취재하던 중 북한 경비대에 체포됐었던 미국 커런트TV 기자인 유나 리와 로라 링은 북한 형법 ‘반민족범죄’와 ‘비법국경출입죄’로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일단 북한이 박 씨가 김정일 및 북한 수뇌부를 거론하며 인권문제를 지적한 것을 엄중히 다루기로 결정할 경우 여 기자들보다 무거운 처벌이 예상된다. 


북한체제와 지도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편지를 소지한 박 씨의 경우 여기자에 적용된 형법 외에도 제195조 ‘적대방송청취·인쇄물·유인물·수집·보관·류포죄’의 추가 적용도 가능해 보인다.


195조는 공화국을 반대하는 방송, 삐라, 사진, 록화물, 인쇄물, 유인물을 수집, 보관하였거나 류포한 자에 대해 2년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하고 정상이 무거운 경우 5년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북한이 박 씨 월경사건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조기에 추방 형태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 기자들 경우와 달리 박 씨가 구체적인 정치적 신앙적 목적으로 갖고 월경했다는 점 때문에 미 행정부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같은 ‘특사 카드’까지 고려할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낮아 보인다.


박 씨는 북한에 진입하러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 23일 서울에서 로이터와 기자 회견을 통해 자신은 기독교인으로 북한 들어가는 것을 의무로 생각한다며 자신이 북한에 억류되더라도 미국 정부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길 원한다며 정치범수용소가 폐쇄되기까지는 북한에서 나오기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 씨의 부모는 26일 팍스코리아나 인터넷을 통해 “로버트가 하느님 안에서 핍박 받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순수한 편지 하나를 들고 북한으로 들어 갔다고 믿는다”며 “아들의 순수한 의도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박 씨는 미국의 한인교회를 통해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그 곳에서 만난 탈북자를 통해 북한의 참상에 대해 알게 된 후 애리조나 투산지역의 대학가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담은 전단지를 살포하는 거리 홍보에 앞장 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유와 생명 2009’는 박 씨의 입북에 맞춰 27일부터 31일까지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남아프리카공화국 북한대사관 앞 등지에서 북한 인권 개선 집회를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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