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시점에 나온 김정일 ‘도이모이 찬가’

▲ 평양 순안공항에서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영접한 김정일 ⓒ연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베트남 공산당 농 득 마잉 서기장에게 20년에 걸친 베트남식 개혁개방인 ‘도이모이’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베트남의 답방 요청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달 중순 평양을 방문한 마잉 서기장에게 베트남의 개혁개방 노선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28일 보도했다.

마잉 서기장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당정 대표단 60여명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마잉 서기장을 수행하고 돌아온 팜 자 키엠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마잉 서기장에게 베트남의 20년 간에 걸친 도이모이(革新) 정책의 성취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키엠 부총리는 이어 “김 위원장이 베트남의 `귀중한 경험’을 거울로 삼기 위해 베트남측의 답방 초청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현재 진행중인 김영일 북한 내각총리의 베트남 방문목적도 김 위원장 방문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아주주간은 덧붙였다.

하노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체제 특성상 맹목적으로 베트남의 개혁 경험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이 베트남을 모델로 삼겠다는 보도는 크게 놀랄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지난 1986년 도이모이 선언 이후 대외무역 확대와 금융시장 자유화, 시장경제화 등 개혁.개방정책을 적극 추진, 고도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식 개혁개방을 지속적으로 타진해왔으나 중국의 견제나 국제적 고립 등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보지 못하자 개혁 모델을 베트남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마잉 서기장에게 북한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확대하는데 베트남이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베트남은 마잉 서기장의 평양 체류 기간중 2년 임기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북한은 베트남 국부 호찌민 이후 베트남 최고지도자로서 50년만에 평양을 방문한 마잉 서기장 일행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며 전통적 우호관계를 복원했다.

이와 관련,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국제비서(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는 28일 “김정일이 베트남 서기장의 방북을 이용하여 국제사회에 개혁개방 제스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김정일이 자신의 독재체계를 그대로 두고서 조금 개혁개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김정일은 중국을 방문, 샹하이 푸둥 지구 등 개방 지역을 둘러보며 ‘천지개벽’ ‘신사고’ 등의 발언을 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외 언론들은 북한의 본격적인 개혁개방 징후로 성급하게 전망했다.

현재 북 핵시설 불능화 조치, 한반도평화체제 등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나온 김정일의 ‘도이모이 정책 평가 및 베트남 답방 수락’ 보도는 북한의 대외정책 변화 여부와 관련하여 또 한번 북한의 ‘베트남식 개혁개방’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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