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장사’ 등에 업힌 북한의 건설사업

북한 평양시 평천구역에서 23층 아파트 붕괴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어간다. 아파트 붕괴사건이 북한 매체를 통해 외부에 전해지면서 북한의 부실 건설이 집중 조명됐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이 진행되면 간부들이 자재를 빼돌려 시멘트 강도가 낮아지고 철근을 얇은 것으로 기초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아파트 붕괴는 예고된 사고라고 말한다. 또한 속도전으로 건설된 고층아파트 붕괴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건설사업의 주요 자재 중 하나인 시멘트는 평안남도 순천지구에 있는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와 평양 상원시멘트 공장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1990년대 자재난과 전력난을 겪으면서 전반적으로 시멘트 생산량이 줄고 간부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아파트 붕괴 참사는 이 같은 문제가 누적돼 온 결과라고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에서 10년간 작업반장으로 일하다가 2011년 탈북한 김영철(가명) 씨는 증언했다.


데일리NK는 이달 초 김 씨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심각한 경제난에도 평양에 초고층 호화주택과 위성과학자거리 건설 등을 비롯한 대규모 건설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건설 자재는 어떻게 조달이 되는지 들어봤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건설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나. 


“보란 듯이 일떠서고(건설되고) 있는 건설사업이 김정은 업적이라고 선전할 때는 좀 어이가 없다. 철강과 시멘트, 모래에 이르기까지 건설자재의 주원료는 개인 기업들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철근은 강철공장과 손을 잡은 개인업자가 생산하고, 미장 모래도 개인이 공장 굴착기에 기름을 넣어 대동강과 금천강에서 모래시장을 운영한다. 시멘트 역시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합법과 비법이 서로 어울려 북한의 모든 경제가 생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구호에도 있는 것처럼 ‘우리식대로 살아 나가자’가 그럴듯한 표현이다.”


-북한의 건설 자재 중 시멘트는 주로 어디서 생산하나. 


“북한 시멘트 주요 생산지는 평양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와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이다. 그중에서도 300만 톤 급인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200만 톤 시멘트를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거나 국내 건설에 이용되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자재난과 연료, 전기난 등을 겪으면서 시멘트 생산량은 현저히 줄었다. 이런 상황이 개인 기업을 만들어 낸 하나의 원인이 되었고, ‘몽당장사’라는 생계(生計)인들이 개미떼처럼 시멘트 도매업을 만들어 결국은 국영과 손을 잡고 시멘트 생산에 한몫했다.”


-‘몽당장사’는 무슨 말인가. 


“‘몽당’은 ‘먼지’라는 말이다. 몽당장사는 시멘트 먼지를 밥 먹듯 하면서 밑천 없이 야밤에 공장 순찰대에게 뇌물을 고이고(주고) 공장 창고 시멘트를 등짐으로 운반하여 하루벌이를 하는 장사꾼들이다. 이들은 보통 가족 단위로 움직이고 수십 명이 하룻밤 1인당 100kg을 등짐지고 20~40톤 정도 시멘트를 ‘왕데꺼(도매꾼)’에게 넘긴다. 새벽 3시가 되면 몽당장사들이 넘긴 시멘트를 도매하는 그루마(리어카)대열이 20리(8km) 줄을 지어 종합시장으로 간다. 도매꾼들의 시멘트는 개인주택 보수나 건설에 주로 쓰인다.”


-도매꾼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장사를 하나. 


“몽당장사, 달리기장사처럼 자기 노동력을 밑천으로 하는 하루벌이 장사꾼과는 달리 금전의 힘으로 국가기관에 수익금의 일부를 입금할 정도의 장사 수준에 이르는 돈주형 상인이다. 이들은 시멘트 확보와 유통 도매지의 길목을 장악하고 시멘트를 몽당장사들 뿐 아니라 시멘트 공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신분증 검열과 출입증, 진입차량 등록 등 생산물과 자재, 물동량을 통제하는 공장 보위대와 협력하여 시멘트를 차판으로 받고 차판으로 시멘트를 유통시킨다.
 
도매꾼들은 직접 시멘트 공장 싸이로(원통형의 대형창고) 출하 반장과 정기적으로 차판 시멘트를 받아 돈을 나누어 가진다. 시멘트 공장 출하 반장은 시멘트를 직접 쥐고있는 관리성원으로 권력과 시장인들을 상대하면서 이윤을 챙긴다. ‘책임비서보다 직업이 좋다’고 말할 정도로 모두 부러워하는 직업이지만 3년을 넘기지 못하고 교화소에 가는 경우가 많다. 왕데꺼들이 조금 더 성장하면 왕초가 된다.


-왕초는 무슨 뜻이며 어떤 사람들인가.


“왕초는 기업형태를 갖추고 한 동네를 먹여 살리는 기업주로 ‘시장의 왕’이라는 뜻이다. 도매꾼이 국영기업 거래에 소극적인 반면 왕초는 국영기업 운영에 직접 참가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들에 의해 300만 톤 급 시멘트연합기업소가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왕초들의 고객은 일반시장이 아니라 국내 건설장과 수출 무역주들이다.


한 가지 실례를 들겠다. 2011년도 시멘트 공장의 핵심부인 소성로 대형 선풍기의 특수 베어링이 나갔었다. 소성로 직장에서는 연합지배인에게 연합지배인은 당에 문제를 얘기했지만, 당에서는 ‘자체로 해결하라’는 말 뿐이었다. 그 베어링이 없으면 시멘트공장은 돌아가지 못한다.


직장장은 생각하던 중 ‘특수 베어링 하나에 시멘트 70톤을 교환한다’는 글을 써서 공장 후문에 부쳤다. 시멘트 업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시장을 뒤졌으나 대형 선풍기에 맞는 베어링은 없었다. 이때 한 왕초가 평안남도 개천군 각암에 소재한 군수공장에 베어링을 주문했다. 군수공장에서도 대환영이었다. 이 왕초는 시멘트 공장 명의를 걸고 베어링을 주문 완성하여 시멘트 70톤을 받아 50톤을 군수공장에 주고 20톤을 자기가 챙겼다.


왕초들은 이렇게 공장과 공장을 연결하고 돈주, 도매꾼, 공장간부들을 시장에 연결시켜 ‘국가의 자체해결’ 방침을 도와주는 중계자로 이해하면 된다. ‘시멘트 빵통을 깐다’는 시장용어가 나온 것은 시멘트공장에서 ‘공장 자금확보’라는 명분으로 왕초들과 손을 잡아 공장 시멘트를 화통으로 뽑는 것을 말한다. 국내 건설이 시작되면 왕초들에게 몇백 톤의 시멘트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


-그러면 왜 국영공장끼리 거래를 하지 않고 개인들이 중계해주는가. 


“간부는 사회주의를 지킨다는 허울로 시장경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의 힘으로 이윤만 강탈하자니 국영기업과 시장이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시멘트 개인 기업들에 대한 당국의 취급을 보면 알 수 있다.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가 비사검열을 받을 때 왕초들이 첫 취조 대상이 된다.
 
‘자체로 해결하라’는 당의 방침대로 공장은 개인 시장과 거래하여 시멘트 생산을 하였지만 일단 비사검열이 시작되면 간부들이 시장거래를 하였다는 자체가 비법이 된다. ‘비사그루빠’는 왕초들을 예심하면서 공장 간부의 시장거래를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왕초들의 한 마디에 따라 공장간부들이 죽고 살판이다. 처세술과 개인 자금력으로 인맥을 발동하여 막대한 뇌물로 비사검열을 무사히 넘긴 왕초들에게는 새로운 행운이 시작된다.


공장 간부들을 지켜주었으니 왕초들의 시장 토대는 더 공고해지고 사법망과도 손을 잡았으니 당국이 시장으로 더 끌려오는 셈이다. 당, 사법, 행정에 이르기까지 왕초의 시장기업에 기생하지 않는 집단이 없게 되는 것이다.  


시멘트 개인 기업들은 시장의 이윤을 권력층에게 나누는 대신 시멘트의 질을 저하시킨다. 이들은 국내 건설을 맡고 있는 간부들과 짜고 고강도 시멘트에 저강도 시멘트나 돌가루를 섞어 팔아넘긴다. 고강도 시멘트로 골조 콘크리트를 할 경우 3:1이 표준 강도이지만 저강도 시멘트는 7:1로 콘크리트를 쳐야 한다. 그러나 저강도 시멘트를 고강도 시멘트로 이용하기 때문에 콘크리트는 부실하고 굳을 시간도 없이 속도전으로 하다 보니 고층건물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건설사업을 받으면 간부들이 돈방석에 앉는다는 말이 우연이 아니다. 특권층의 부패, 즉 개인 축재가 부단히 재생되고 있는 구조 속에 국내건설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끊임없이 진척되고 있다. 지금 당장 사고가 없을지 몰라도 10년 이상 가는 건축물이 없을 것이라고 건설자들도 말을 한다. 철저히 시장경제를 제도로 받아들여 기업개혁을 대담하게 하여 국내건설을 할 때만이 북한 정부가 말하는 만년대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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