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난 반사무총장, 떠나는 날까지 ‘살인일정’

10일 외교통상부 장관직을 공식 사임한 반기문(潘基文) 후임 유엔 사무총장 내정자가 최근 공식 일정 외에도 쇄도하는 축하행사 등에 참석하느라 무리한 탓인지 지난 1주일 동안 몸살로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약속된 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행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1주일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쉬지못해 증상이 악화됐다”면서 “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할 때는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 내정자는 그러나 병원에 갈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측근들은 되도록 일정을 줄이려 했지만 사람 챙기는데 누구보다 부지런한 장관의 욕심을 막을 수 없었다고.

반 장관은 사무총장직 인수인계를 위해 뉴욕으로 떠나는 15일까지도 각종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 내정자는 10일 밤 서울 주재 각국 대사들과 환송연을 가진데 이어 11일에는 평소 각별하게 지내는 지인들과 자리를 함께 할 계획이다. 12일에는 국내 방송들과 인터뷰가 잡혀있다.

또 13일 오전에는 부산 유엔묘지에 헌화하고 대전으로 올라와 ‘엑스포 공원’내 컨벤션센터에서 충남.북 주요 기관장 10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뉴욕으로 출발하기 까지 짐을 쌀 시간은 14일 하루 뿐”이라고 귀뜸했다.

반 내정자와 관련된 숱한 비화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의 역할. 지난 해 7월 국가안전회의 사무처장이었던 이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나설 뜻이 있었던 홍석현 당시 주미대사의 낙마 직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후보로 여기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올렸다는 후문이다.

이에 수긍한 노 대통령은 8월 말 직접 반 내정자를 청와대로 불러 출마 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고 올 2월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철저히 이를 비밀에 부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전에 매진하던 반 내정자가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은 지난 9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였다. 당시 외교장관으로서 노 대통령을 수행, 배석한 반 내정자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사실상의 ’현장 면접’을 치렀다.

정상회담 뒤 열린 오찬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사무총장 출마 선언 포부를 물었고 이에 반 내정자는 “유엔의 도움으로 한국이 이만큼 성장했으니 이제는 우리가 기여할 때”라고 답변, 부시 대통령의 마음을 빼앗아 ’만점’을 받았다는 게 회담 배석자들의 전언이다.

15일 뉴욕에 도착하면 반 내정자는 이미 현지에서 인수인계 작업을 준비 중인 김원수 특보 등과 합류해 유엔 사무국 직원들과 만나고 사전 브리핑을 받을 계획이다.

반 내정자는 또 12월 초에 즈음해서는 영국을 들러 토니 블레어 총리를 예방, 당선 직후 시작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에 순방을 마무리한다.

이어 12월 중순께에는 선서식을 갖게 된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공식적인 세리모니는 이 것으로 끝이고 제 8대 사무총장으로 업무를 개시하는 2007년 1월 1일에는 별다른 행사는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했다.

반 내정자는 또 관저가 시설 노후로 인해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에 들어감에 따라 공사가 끝나는 오는 9월까지는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의 한 스위트룸에 머물면서 집무할동을 하게 된다.

반 내정자는 이와 더불어 지난 37년간 정들었던 빛바랜 ’대한민국 외교관 여권’과도 이별을 고하게 된다. 대신 내년 1월부터는 유엔 마크가 정중앙에 찍힌 하늘색 유엔 여권을 소지하게 된다.

한편, 10일 반 내정자의 외교장관 이임사를 둘러싼 뒷얘기도 회자되고 있다.

당초 이임사에는 “외교당국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휘둘려 좌고우면하다가는 적기를 놓치게 돼 국익 손실을 초래하거나 효과가 상쇄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포퓰리즘’이라는 용어가 현 정부를 비판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있다는 우려를 한 듯 실제 이임사를 하면서는 이 대목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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