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5개국 정상회동과 북한

한.미.일.중.러 5개국간 모스크바 연쇄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가 다시 6자회담을 통한 해결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극단으로 치닫던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도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일각의 ‘정보왜곡’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한 풀 꺾이는 분위기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징후가 나타났다거나 임박한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정리돼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9일 모스크바에서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주권국가임을 인정한다”고 재확인했고, 톰 케이시 미 국무부 공보국장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앞서 8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6자회담과 별도의 북-미 회담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미국의 ‘주권국가 인정 및 6자회담내 양자회담’ 발언에 대해 직접 확인을 전제로 대미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 핵실험이 나돌면서 조성됐던 날카로운 북-미 대치국면이 다시 대화국면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 모스크바 연쇄 정상회동과 5개국 입장 = 북한을 뺀 6자회담 참가 5개국 정상이 러시아 전승기념행사를 계기로 마련된 다각적인 양자회담에서 논의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북핵 문제였고, 여전히 6자회담만이 해법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8일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지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 북핵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데 방향이 모아졌으며, 9일 한ㆍ러 회담에서도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양국간 협력이 강조됐다.

9일 러ㆍ일 정상회담에서도 6자회담의 틀내에서 북핵협상을 계속한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으며, 앞서 8일 미ㆍ러 회담에서도 북핵문제에 상당한 시간이 할애돼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6자회담 좌초→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다른 수단’ 등의 수순을 골자로 한 이른 바 ‘6월 위기설’이 횡행하는 가운데 5개국 정상이 6자회담의 유용성을 부각시켰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5개국간 입장차는 여전해 보인다.

미ㆍ일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수단’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중ㆍ러는 설득을 통한 대화의 효력을 더 믿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분위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미 CBS 방송에 출연해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북한을 교착상태로 몰고 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북한을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협상 과정에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지가 느껴지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어떤 곤란한 상황에 봉착하더라도 하나의 희망이라도 남아 있다면 우리는 계속 회담에 나오도록 설득하고 촉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인내’를 강조하고 나섰다.

부시 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이번 모스크바 행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공개적으로 견해를 내지는 않았지만 지난 2월10일 핵무기 보유 선언이후 북한에 대해 비관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미ㆍ일 입장에 완전히 동조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중ㆍ러와도 입장을 완전히 같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주목되는 북한의 선택 = 북한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그런 북핵 6자회담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우리 정부 내에서는 물론이고,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 정부에서조차 점차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나머지 5개국의 6자회담 재개 노력에도 불구,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 포기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을 뿐더러, 핵무기 보유를 계속 기정사실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월 10일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3월 31일에는 핵무기 보유국임을 주장하면서 ‘6자회담이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이후 그 같은 주장을 더욱 강화시키는 행보를 해왔다.

특히 북한 로동신문은 10일 비록 개인 필명의 논평을 통해서 이기는 하지만 “나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로서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천백번 정당하다”며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동안 대북 정책의 변화를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비관하기는 이르다면서 신중한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핵군축회담’ 주장을 하면서도 조건과 명분만 조성이 되면 6자회담에 응하겠다는 원칙론도 병행하고 있어 아직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그런 조심스러운 낙관론의 근거이다.

무엇보다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은 주목해 볼 만해 보인다.

대변인이 밝힌 “미국이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6자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보도들이 전해지고 있기에 그 것이 사실인 가를 미국측과 직접 만나 확인해보고 최종 결심을 하겠다고 한 것 뿐이다”라는 주장은, 이미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의 “북한은 주권국가” 재확인과 케이시 국무부 공보국장의 “6자회담내 북-미 양자회담” 발언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의향이 있다면 현재의 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국면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북한의 2.10 성명 이후 3개월 이상 한.미.일.중.러 5개국간에 실무자급과 장관급 협상에 이어 러시아 전승기념행사 전후로 정상간에 해법 논의가 이뤄졌다.

북한이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한 축이라면 그와 함께 6자회담을 통해 해법찾기가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 5개국 정상들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에 한 목소리를 낸 만큼 후속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 북한의 선택만이 향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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