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매주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올 여름 유난히 덥습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무더위가 이번 주에도 기승을 부렸는데요. 날씨를 보니 북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자리에 강미진 기자 나와 있는데요. 유난히 더운 올 여름 날씨,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무더위에 대처하고 있나요?
기자 : 네.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한국에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전력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선풍기가 있어도 그림의 떡이라고 할 만큼 사용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주민들은 요즘 200일 전투는 물론이고 모내기 전투를 치르고 있는데요, 각 지역들에서 농촌동원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땡볕에 허리를 굽히고 종일 모내기를 하거나 감자를 심는 주민들의 얼굴은 땀범벅일 텐데요, 어쩐지 집안에서도 출근길에서도 그리고 회사에서도 시원한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일을 하는 제가 미안해지는 오늘입니다.
진행 : 네, 저도 북한 주민들이 최근 모내기동원에 내몰리고 있다는 소식에 한낮의 땡볕을 어떻게 견딜까, 그런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습니다. 정말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 북한 주민들이 하루 종일 동원을 하게 되면 일사병에라도 걸리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데요, 현지 상황 들어볼 수 있을까요?
기자 : 네, 북한 주민들은 더위나 추위에 견디는 능력(?)이 강하다는 말씀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주민들은 자신이 과제를 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억지라도 견딜 수밖에 없는데요, 주민들이 덥다고 불평을 쏟아내도 당국이 전기를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은 알아서 자체로 자신들만의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여기서 농촌동원에 내몰린 주민들은 하루 과제가 주어집니다. 1일 과제를 수행해야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주민들은 개인, 혹은 집단별로 새벽 일찍 일을 시작하고 햇볕이 제일 뜨거운 정오는 3시간 정도 일을 하지 않고 주변의 강이나 저수지 등에서 더위를 몸을 씻으며 더위를 식히기도 한답니다.
진행 : 네, 그렇군요, 요즘 같은 땐 한국 시민들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어요. 시원한 것을 먹으면서 더위를 이겨보려고 하는 것인데, 북한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기자 : 네, 맞습니다. 북한 시장들에서 요즘 까까오라고 하는 얼음장사가 성행이라고 합니다. 이럴 때 잘 팔리는 것을 살펴봤는데요, 까까오 오이냉국, 단물, 젖산유 등입니다. 여기서 까까오의 가격은 다양한데요, 300원, 500원, 1000원짜리가 있다고 합니다. 오이냉국도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다양하다고 하는데요. 100원짜리도 있고 500원짜리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여기서 특이한 점은 일상적으로 영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북한 주민들이 한여름 탈수방지로 연한 소금물을 먹거나 영양이 있는 우유를 구매해 먹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젖산유(요구르트)가 있어서 힘들게 농촌까지 가서 염소젖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주민들이 조금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이 적극적 시장 활동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금 젖산유라고 말씀하셨는데, 좀 생소하네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자 : 네, 북한의 대부분 지역에서 팔리는 젖산유는 북한산이 아니고 중국산인데요, 한국말로 풀이하면 요구르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젖산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북한 내부 주민이 알려왔는데요, 곰표 젖산유와 AB 젖산유가 있다고 합니다.
보통 4개씩 묶음으로 되어 있는 젖산유는 곰 상표나 AB 상표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곰표가 AB표보다 3000원 정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요, 왜 곰 상표가 비싸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곰에게서 나는 모든 것이 영양이 최고니까 곰표가 더 비싼 것이라고 말을 하더라구요. 북한 주민들도 유머가 좀 있죠? 이처럼 4개씩 한 묶음으로 팔리는 AB표 젖산유는 6500원에 팔리고 있고 곰표는 9200원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두 상표의 젖산유 모두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좋아하고 있어서 잘 팔린다고 합니다.
진행 : 쌀 1kg의 가격을 훨씬 웃도는 가격이네요. 일반 주민들은 구입하지 못하지 않을까 걱정 되는데요?
기자 : 주로 부유층들이 사 먹고 있다고 하니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먹다 죽은 놈 한이 없다고 하니까 먹어보자”라는 식으로 이따금 구매하기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요즘 들어 요구르트를 많이 먹는데 북한 주민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통일이 빨리 돼서 북한 주민들도 요구르트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진행 : 모내기철을 맞아 그나마 생산되는 전기를 농촌 쪽에 돌리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여름나기가 갑절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급격히 지구 온난화 현상, 그러니까 지속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한국도 많이 더워지고 있거든요, 북한에서는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서 나름의 대처법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 네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계곡이 많은 양강도, 자강도, 함경도 지역에서는 시원한 산골짜기나 강물에 발을 담그거나 수영을 하는 것으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한답니다. 도시와 달리 까까오를 파는 장사꾼들이 많지 않지만, 인기는 많습니다. 제 친구 한명이 까까오 장사를 했는데요, 전기가 오는 날엔 밤새 까까오를 만들었고, 다음날이면 일찍 거덜 날 정도였거든요.
이 친구는 전기가 자주 들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자체로 발동기를 만들어 사용했는데요, 아쉽게도 연유 사는 돈도 못 뽑을 때가 있다고 했었어요, 그러니 농촌 주민들은 대부분 돈 안 들이는 계곡에서 더위를 이겨내고 있죠, 그리고 특히 농촌에서는 텃밭에 오이 등 남새(야채)를 자체 재배하기 때문에 시원한 샘물에 오이를 썰어 넣고 고추장을 풀어서 냉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답니다. 저희는 늘 여름이면 식초를 사놓고 오이냉국을 만들어 먹었는데요, 이 오이냉국은 농촌동원 현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랍니다. 오이의 향긋한 향과 고추장의 깊은 맛 그리고 시원하고 쩡한 맛을 더해주는 식초가 어우러진 오이냉국은 ‘더위야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시원해 누구나 좋아한답니다.
진행 : 주민들이 오이냉국도 만들어 먹는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시장에서도 오이냉국이 잘 팔리는 건가요?
기자 : 오이냉국이 잘 팔리죠. 그런 상황에서 당연히 오이 가격도 오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지금 오이가 한창이지 않아서 비닐하우스에서 생산한 오이나 중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오이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그럼 당연히 가격이 오르죠. 지금 오이 1kg은 3000원을 한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오이 가격이 오르면 오이를 조금씩 넣고 물에 얼음을 띄워 냉국을 만들어 판다고 합니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도 경제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유입하여 장사에 활용을 하는데요, 더위가 심한 올해 경우에는 오이가격 상승도 예상해 볼 수 있죠, 이에 따라 비닐하우스 재배농가들이나 농장들에서는 오이를 주로 많이 심어서 판매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초여름 일반 주민들 농가나 농장들에서 대대적으로 오이가 나오기 전까지 빨리 판매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답니다. 이렇게 오이 가격이 오르다보니 오이 재배를 해서 돈을 벌어보려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도 장사를 하려면 정보와 그에 따른 시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기자 : 그렇습니다. 또한 소극적으로 하는 개인들은 별로 이득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말입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오이를 일찍 팔아보려고 시도했었는데요, 워낙 도둑맞는 일이 다반사라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답니다. 한두 해 해보다 포기하고 말았거든요, 대신 집에서 일찍 오이모를 키워서 남들보다 빨리 옮겨 심어서 그나마 오이 덕을 보기도 했답니다.
한편 장마당에서는 밀수로 들여오든지 아니면 세관을 통해서 오이 등 더운 시기에 적절히 잘 팔리는 상품들을 들여오기도 하는데요, 북한은 냉장보관을 보장할 수 없는 실정이잖아요, 그런 만큼 주민들의 오이보관 방법 또한 기발하답니다. 비닐 주머니에 넣어서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한 다음 물통에 담가놓던가 아니면 빨리 소비할 것은 밤새 통째로 물통에 넣어서 보관하면 다음날 시장에 가지고 나갈 때까지 싱싱하답니다.
진행 :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의 여름나기 대처법에 대해 이야기 들었는데요, 무더위 잘 견디기를 다시 한 번 바랍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 대부분 시장들에서 물가 변동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는데요,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4800원, 신의주 4900원, 혜산은 48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000원, 신의주 2000원, 혜산 2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10원, 신의주 8000원, 혜산은 800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260원, 신의주 1270원, 혜산 1265원으로 지난주보다 하락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2000원, 신의주 11400원, 혜산 100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11900원, 신의주 11700원, 혜산에서는 111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7500원, 신의주 7600원, 혜산은 762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