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철’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종은?

모내기가 한창인 북한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사람은 ‘모내는 기계'(이앙기)를 모는 운전수다.


북한은 최근 ‘모두 다 총동원하여 모내기 전투에로’라는 구호를 제시하며 본격적인 모내기에 돌입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시범단위인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원화협동농장에서 시작된 모내기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주민들을 총동원하고 작업반·농장·지원자(학생·군인)별로 경쟁을 부추기는 이 기간을 북한에서는 ‘모내기 전투’로 부르고 있다.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경쟁방식이지만 온갖 비리를 낳게 하는 역효과도 동시에 발생한다. 


이 때문에 모내기철에는 협동농장별로 ‘영농기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벌어진다. 써레치기(모판 갈기 기계), 모내는 기계, 꼼빠이(콤바인, 탈곡기) 등이 있는 농장들은 제대군인들로 조직된 기계화 작업반이 기계들을 관리한다. 


기계설비가 부족한 북한에서 모내는 기계나 뜨락또르(트랙터) 등은 농사철에 쉴 틈이 없다. 지원자들이나 농장원들은 해당 농장에 기계가 없으면 자신들 스스로 논을 갈고 모를 심어야 하기 때문에 기계투입에 대한 욕구가 높다.


직접 모를 심을 경우 속도가 떨어지다보니 다른 농장이나 작업반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다른 농장 운전수들에 뇌물을 주고 데려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뇌물을 받은 운전수는 자기 작업반 일이 끝난 저녁에 작업반장 몰래 다른 협동농장 논밭에 가서 일해 준다. 일을 해주는 대신 담배나 술, 음식 등의 뇌물을 받는다. 동원되는 지원자들 역시 모내는 기계에 넣을 연유 등을 대신 채워주는 등 이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운전수들이 직접 돈을 받지는 않는다. 돈을 직접 받았다가 적발될 경우 처벌수위가 높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연유 등의 물품을 받아 이를 장마당에 다시 내다팔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니 운전수들은 잠도 못자고 24시간 밭에 있는 날도 있다. 하지만 뇌물 받는 재미에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한다. 농장원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이들이지만 모내기철 만큼은 북한에서 가장 편한 처지가 된다. 제대군인인 데다 힘든 농사일을 하지 않고 기계만 다뤄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원을 나온 학생들에게는 ‘지도 농민’이 붙는다. 순번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신의 순번이 아닌 농장원들은 개인 농사를 할 수 있다. 협동농장일과 자기 농사로 바쁜 농장원들이지만 지원자들로 인해 이때가 가장 한가하다. 겨울에 쓸 땔감도 이때 장만한다.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는 지원자들은 모를 심거나 비료를 뿌릴 때 실수가 잦다. 때문에 모나 비료가 부족한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 경우 지원자들은 주변 농장이나 작업반에서 훔쳐 부족한 양을 보충한다. 말 그대로 ‘농장 포전은 나의 포전’인 것이다.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이 농촌지원 한번 갔다 오면 도적질을 배워온다고 말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