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 남미 좌파정권 도미노 저지

▲ 중남미 주요국 지도자 이념성향 ⓒ국민일보

엎치락 뒤치락하던 멕시코 대선이 사실상 여당 후보의 승리로 정리됐다.

멕시코 집권 국민행동당(PAN) 펠리페 칼데론 후보가 6일 실시한 대통령 선거 재검표에서 민주혁명당(PRD)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에게 박빙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대선 투표 결과 칼데론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규정(득표율 격차 1% 미만일 경우 재검표)에 따라 재검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야당 측은 재검표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고 있으며, 투개표 과정에서의 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법정 소송까지 갈 태세다.

멕시코 대선은 사상 최대의 좌우 대결로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선거 직전 치러진 여론 조사에서 좌파연합을 표방한 민주혁명당의 오브라도르 후보는 4% 포인트 이상 앞서 있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만일 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최근 남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반미 열풍이 다시 한번 기세를 올리는 셈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가 되고 말았다.

중남미 反美동맹 강화 VS 反차베스 노선 구축

실제로 오브라도르 후보는 멕시코의 ‘차베스’로 불리웠으며, 선거전은 오브라도르의 집권을 통한 ‘중남미 반미동맹의 강화냐’ 아니면 칼데론을 통한 ‘반차베스 친미동맹의 강화냐’ 하는 대리전 양상으로 비쳐졌다. 결국 칼데론이 승리함으로써 지난 5월의 콜롬비아 대선과 6월의 페루 대선에 이어 최근 남미를 휩쓸며 득세하고 있는 반미 좌파 동맹의 도미노 저지가 다시 한번 성공한 셈이 되었다.

멕시코 선거에서 가장 쟁점이 되었던 것은 FTA 문제였다. 여론 조사에서 앞서가던 좌파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미국과의 FTA를 개정하겠다고 호소했다. 소외 계층과 서민을 겨냥, 노인층에 대해 연금을 월 38달러 지급하겠다는 복지 공약 또한 덧붙였다. 반면에 여당 후보인 칼데론은 비센테 폭스 현 대통령과 친미주의적 노선을 같이 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드러난 것은 오브라도르의 반미 구호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였으며 포퓰리즘적 복지 공약도 결국 먹혀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멕시코에게 필요한 것은 반미가 아니라 외국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칼데론의 주장이 일자리를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더욱 호소력 있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동안 꾸준한 안정세를 유지하였던 여당의 경제 실적도 국민들이 다시 한번 여당의 노선을 믿고 지지표를 던지는 바탕이 되었다. 비록 빈부 격차의 심화나 도시와 농촌, 북부와 남부로 대별되는 지역 불균형 발전 등 사회적 불만이 점증하고는 있지만 지난 시기 어려웠던 멕시코 경제가 가까스로 안정을 찾고 꾸준한 성장을 이뤄 온 것에 더욱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는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가입하였으며 1994년 이를 발효했다. 남미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지녔던 정정의 불안이나 경제 성장 동력의 미확보, 지역 및 계층 간 국민 분열과 격차의 심화, 고질적 인플레 등 심각한 병폐를 멕시코도 예외없이 안고 있었던 까닭에, 멕시코는 NAFTA의 발효와 동시에 도리어 더욱 혼란한 경제 상황으로 빠져 들었다. 그것이 1995년의 페소화 위기라는 금융 위기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위기의 전개는 NAFTA의 실제 효력에도 강한 회의를 불러왔다.

‘반미’가 아니라 ‘경제성장’ 필요

그러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멕시코 경제는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고, 빠르게 성장세를 탔다. 그것은 수많은 지표들이 말해 주는데 약 10여년의 기간동안 고질적이었던 무역 적자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물론 2005년엔 대미 무역 수지만 650억 달러 흑자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도 NAFTA 이후 3배 이상 증가해 연간 150억 달러의 흑자를 올리고 있다.

한편 선거 직전까지도 포퓰리즘적 좌파 후보가 여론을 끌어당겼던 상황이 말해 주는 것처럼 멕시코의 이러한 긍정적 이면에 어두운 그늘이 존재하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빈부, 지역, 계층 등 사회 균형 발전의 측면에서 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현실은 성장 자체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반발을 낳았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그러한 그늘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앞세운 균형 발전’이라는 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에 최종적으로 손을 들어 주었다.

세계 11위권 거대 면적과 세계 10위권의 거대 인구를 가졌으며, 석유 등 풍부한 부존자원을 바탕으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멕시코는 향후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이번 대선은 멕시코의 발전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공유한 멕시코 국민들의 심판이자 선택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종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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