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미 자살’회견 日 강경책 부채질 예상

▲ 1977년 납북되기 전 요코다 메구미 <사진= 사파리미디어>

납북된 김영남씨는 29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전 부인인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가 1994년 병원에서 자살했다는 기존 북한 당국의 주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일본이)유골을 여기저기 나눠주며 감정놀음을 벌인 끝에 가짜라는 졸렬하고 유치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며 “남편인 나와 메구미에 대한 모욕이고 참을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김씨의 주장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김씨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관련 의혹들이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조건에서 메구미 사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회견도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준비된 자리로 보고 있다.

북한당국은 당초 메구미가 병으로 죽었다고 했다가, 이후 자살로 바꿔 말했다. 사망 시기도 1993년으로 주장했다가, 나중에 1994년으로 고쳤다.

북한이 보내온 메구미 유골도 DNA 감정 결과 ‘가짜’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다. 유골이 가짜라는 발표가 나오자 메구미 부모는 북한 정권을 ‘악마’라고 부르며 절규했다. 여기에 일본으로 돌아온 납치 피해자 하스이케 씨는 1994년에도 메구미와 함께 지냈다는 증언까지 했다.

하스이케 씨는 지난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영남씨가 요코다 메구미 씨를 가까이 두고 싶어서 시신을 파내 ´유골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이가 나빠 1년 전부터 별거하고 있었던 인물이 일부러 무덤을 파는 것은 이상하다. 북조선이 말하는 것은 엉터리라는 것이 재차 드러났다”고 말했다.

29일 메구미의 전 남편 김씨의 증언으로 인해 일본 내 여론은 더욱 악화될 소지가 많아졌다.

이미 일본 내에서는 북한이 김씨를 이용해 메구미 사망을 기정 사실화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메구미 사건을 일단락 지으려던 북한의 계획도 다시 장벽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도 메구미 사망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태세다.

김씨 회견 직후 아베 관방 장관은 “김씨의 발언은 모순이 많다. 북한에서는 발언의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제 3국을 통한 일본과 북한간의 우회무역까지 감시를 강화하도록 한 일본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납치자 문제를 총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아베 관방장관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일 수교에 미련이 남아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대북 행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김씨의 ‘메구미 사망’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악화된 일본 여론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결혼 전부터 병적인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딸 은경이) 출산 후 좀더 악화됐고 우울증에 정신이상 증세까지 나타나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다했지만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숨졌다”고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린 여학생이 공작원에 의해 납치돼 생활하다가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꺾인 채 정신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 된다. 이 사실 자체가 일본 열도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이같은 악화된 여론은 납북 관련자 처벌 및 보상, 가족 송환, 사망 사실 확인 등을 일본이 자체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요구가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향후 북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갈 것으로 보인다. 설사 사망이 기정사실화 돼도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묻는 일본과 북한의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가짜 유골 사건을 ‘공화국의 존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북한도 이제 와서 발을 빼기는 어려운 상태. 결국 북한은 30년 전에 자신이 파놓은 ‘납치’라는 함정에 스스로 빠진 셈이 됐다.

이번 김씨의 회견은 북한당국이 메구미 사건에 대한 최종 종결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은 종결 기도와 달리 향후 스스로 목을 조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신주현 취재부장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