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미 살았나 죽었나

’요코다 메구미는 살았나 죽었나’, ’유골은 진짜냐 가짜냐’

납북 일본인 메구미의 남편이었던 김영남(45)씨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메구미의 사망 경위를 밝히면서 그의 생존 여부와 유골 진위여부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는 메구미가 1994년 4월13일 병원에서 자살했다며 그의 사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본측의 주장을 의식, “산사람을 죽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메구미의 부모는 27일 딸의 납치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회에서 “북한당국이 사위와 손녀를 통해 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절대 속지 않겠다”며 딸의 생존을 굳게 믿고 있는 상태다.

일본 납치피해자 가족회도 28일 김영남씨가 2002년 메구미의 부모 앞으로 보낸 자필 편지를 공개하면서 메구미의 생사에 관해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가족회는 이 편지에서 메구미는 93년 사망한 것으로 쓰여 있다며 북한 당국도 당초 사망 시점을 93년이라고 했다가 94년으로 정정한 점, 94년까지 메구미와 북한의 같은 지역에 살았다는 일본인 납치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내세워 북한의 사망 주장을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무리 상식에 벗어난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남편과 딸까지 내세워 생존해 있는 메구미를 사망했다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메구미의 사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북한이 자살했다고 주장하는 1994년 이전까지는 젱킨스(주한미군 탈영병 출신)씨와 그의 부인인 소가 히토미(납북 후 귀환한 일본인)씨를 비롯해 메구미를 만나본 사람들이 꽤 있지만 이후 그를 봤다는 증언자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의 시사주간지 ’주간 포스트’는 영국 정부가 2004년 메구미의 생존사진을 군사정찰 위성을 통해 입수했고 영국 정보소식통이 그해 가을 일본측에 그의 생존사실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평양주재 영국대사관에 기사 내용을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르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사기극이라고 역공했다.

또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의 평양 특파원을 지낸 스타니 슬라프 바리보다 기자는 지난 4월 발매된 일본의 국제정보 잡지인 ’세계주보’에 기고한 글에서 평양주재 일부 외교관들 사이에서 메구미와 닮은 여성을 봤다는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설에 불과하다.

김영남씨는 특히 일본측의 가짜 유골 주장에 대해 “나와 메구미에 대한 모욕이고 참을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2004년 11월 방북한 일본 정부관계자를 만나 사망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며 “당시 일본 측 단장은 유골을 받으면서 내게 직접 받았다는 것과 메구미 부모에게 책임적으로 전달하고 공표하지 않겠다는 자필 확인서도 남겼다”고 지적했다.

일본정부는 2004년 12월 일본 최고권위의 과학경찰연구소가 유골감정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골이 메구미가 아닌 제3자의 것이라는 데이쿄 대학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사실로 단정하고 메구미의 유골을 가짜라고 발표했지만 일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스토 노부히코 일본 중의원은 작년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을 상대로 한 질문에서 “정부가 감정을 의뢰한 3곳의 기관 가운데 2곳에서 결과를 내지 못했고 (유골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메구미의 유골을 감정한 토미오 요시이 데이쿄대 교수도 영국 과학지 네이처 지와 인터뷰에서 분석결과가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유골 샘플이 이물질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지난달 대검찰청과 함께 김영남씨 가족의 혈연관계 검증에 참여했던 이정빈 서울대 의대 교수(법의학)도 “1천200도에서 화장된 유골에서 DNA 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만약 검출됐다고 해도 유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유래한 이물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반발은 당연.

북한은 메구미의 유골이 1천200도가 넘는 온도에서 화장돼 유전자 검출이 불가능하다면서 일본의 가짜유골 주장을 정치적 의도를 가진 사기극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아울러 평양의 유가족에게 유골을 돌려줘야 한다며 검증자료와 함께 원상 그대로의 유골 반환을 요구하는 한편 데이쿄대 요시이 토미오 교수와 북측 감정전문가 사이의 검증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야부나카 단장이 메구미의 남편과 접촉 과정에서 유골의 존재를 먼저 확인했고, 평양을 출발하기 이틀 전 북한당국에 ’뜻밖의 간청’을 해 비로소 북한도 김영남씨의 유골 보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제3자의 개입없이 직접 일본측에 전달했다고 북한은 강조하고 있다.

또 메구미의 남편이 극소수 인원을 동원해 토장한 아내의 시체를 화장터로 옮겨 다른 사람의 뼈와 섞일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으며 딸 혜경양에게도 유골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며 가짜 유골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이번 김영남씨의 기자회견을 통해 메구미의 사망과 유골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 사실상 메구미와 관련한 공방을 깨끗이 정리한 셈이어서 향후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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