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들이 귀환하는 날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힘 내세요”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부친 요코다 시게루씨와 메구미씨의 남편인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씨가 16일 극적으로 상봉했다. 이 자리에는 영남씨의 누나 영자씨와 메구미의 동생 데쓰야 씨도 함께했다. 송파구 소재 수협중앙회 건물 2층은 이 두 가족의 가족 상봉으로 크게 술렁거렸다.
이 자리에서 시게루 씨는 “지금도 납북된 자녀들이 부모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상봉 소감을 밝혔다.
그는 “김영남이가 감금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것은 잘 있다는 이야기이니까 희망을 버리지 말고 만나는 날까지 힘내라”고 김씨 가족을 위로했다.
이에 대해 누나 영자 씨는 “시게루 씨의 모습을 TV에서 많이 봐서인지 편안하다”며 “사돈으로 만났으니까 우리가 한목소리를 내면 더 빨리 송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메구미씨의 동생 데쓰야씨는 “메구미 누나가 아버지, 어머니 하는 소리가 지금도 들린다”면서 “납북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자”고 납북자 송환 운동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들은 가족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선물도 주고받았다. 시게루씨는 김영남씨 가족에게 조개 공예가 세겨진 보석상자와 거울을 건냈고, 김영남씨 가족은 시게루씨에게 찻잔을 전달했다.
이 날 상봉에서 가족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북에 있는 자녀들을 만나는 날까지 하나되어 송환운동을 펼칠 것을 다짐했다.
뒤이어 <납북자가족모임> 주최로 열린 ‘한일 납북자 송환촉구 및 가족상봉대회’에는 메구미씨와 김영남씨 가족을 비롯해 한일 납북자 가족들이 대거 참여해 납북자 즉각적인 송환을 촉구했다.
한국 국민도 ‘납북자 송환 촉구’ 한 목소리 내야
이날 행사에는 78년 일본 가고시마 지역에서 납치된 루미코씨의 언니 후미코씨, 동생 데라아끼, 납치피해자 구출회 츠토무 상임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 1975년 천왕호를 타고 출어했다가 납북된 최욱일씨의 부인 양정자씨, 72년 납북된 오대양호의 선원 김용철씨의 어머니 강경순씨, 국군포로 한만택 씨등이 참석했다.
루미코씨의 동생 데라아끼 씨는 “아버지는 딸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돌아가셨지만, 어머님만이라도 누님을 꼭 만나게 해드리고 싶다”면서 “(누나가) 김정일 독재정권하에서 벗어나 자유의 땅에서 남는 인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루미코씨의 언니 후미코 씨는 “일본에서는 하나된 국민들의 목소리가 일본 정부를 움직였고, 결국 납치자 문제에 적극 나서게 만들었다”면서 “한국 국민들도 ‘납치는 용서할 수 없다’는 하나 된 목소리를 김정일한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일본정부처럼 한국정부도 납북자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한일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을 계기로 향후 납북자 문제해결에 물꼬를 텃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납치 피해자 송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납북자 송환을 위해 한일 납북자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 활동을 펼칠 것을 천명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시게루 씨는 17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예방한 뒤 일본으로 돌아간다. 시게루씨의 방한에 이어 오는 27일에는 최계월 씨와 납북자단체 등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