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중국 화물열차가 北에 가서 고철되는 사연

▲북한에 들어간 중국 화차(사진에 사람들은 기사와 무관) ⓒ연합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조 식량이 운송수단이 없어 발이 묶여 있다고 국제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있따라 전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18일 화차(貨車)가 없어 대북 긴급원조 식량 1만t이 수주일째 중국에 머물러 있는 사실을 공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19일 “북한이 원조식량과 상품을 싣고 입국한 중국 화물열차의 화차(화물칸) 1800대를 고철(古鐵)로 만들어 팔아치움에 따라 중국 정부가 북한 행 주요 화물열차의 운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지원물품을 싣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열차를 북한 철도 관계자들이 분해해서 고철로 팔았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어떻게 해서 나오는걸까? 오죽했으면 중국 당국이 더 이상 보낼 기차기 없다면서 수송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지 남한 사람들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북한과 중국간의 화차문제는 90년대 초반부터 심각하게 제기되었던 문제이다. 북한은 과거 80년대부터 부족한 화차를 중국과 구소련에서 물류운송으로 들어온 화차를 이용해 해결하는 편법을 썼다.

중국 열차는 단둥에서, 구소련 열차는 라진·선봉에서 원유와 식량, 화물을 싣고 들어왔다. 이 열차가 들어오면 기관차를 북한 열차로 교체하고 화차(화물칸)는 북한 내 목적지로 이동시킨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화차를 중국이나 구소련으로 되돌려 보내지 않고 북한 내에서 화물 운송에 최대한 이용한 다음 고철이 다 돼서야 해당 국가로 돌려 보낸 것이다.

북한은 원자재 부족과 기차 바퀴 제작 기술 등의 부족으로 화차 제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1980년대 북한 내 기차 역전들에 러시아어와 중국 한자어가 쓰인 화차를 쉽게 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90년대 들어 구소련을 승계한 러시아가 현찰이 아니면 북한에 물자를 넘겨주지 않자 북한은 중국 화차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철도 관계자 출신 한 탈북자는 “1990년대 들어 북중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화차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식량은 물론 북한이 현찰을 주고 구입하는 공업 원료마저 화차부족을 이유로 공급을 거절하거나 지연시켰다.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압력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급기야 1994년경에는 화차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이 콕스탄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바람에 김책제철소가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철 생산에 꼭 필요한 콕스탄을 전량 중국에서 수입해 쓴다.

북-중 철도협약에는 한 달간 북한 내에 머물 수 있는 중국의 화차 수량이 고정돼있다. 북한 경제가 부도나기 전이던 과거 80년대에는 월 800량이었다. 월 800량 이상이 북한에 머물 경우 무역제재를 취하자는 취지엿다. 하지만 이런 방안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월 평균 1500량의 중국 화차가 북한에 머물렀을 정도였다는 증언도 있다.

중국 단둥역의 한 철도 관계자는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북한에 준 화차를 제때에 받기 위하여 별의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현실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그나마 북한에 갔다가 돌아오는 화차는 바로 정비공장에 보내야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 화차를 고철로 만들어 팔어치워 운송수단이 부족하게 됐다는 보도는 일부 과장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 화차를 들여다 고철 상태로 만들어 되돌려 보내기 때문에 중국과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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