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변화를 위한 외부정보 유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보다 전략적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2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대학생 김금혁 씨는 24일 온라인으로 열린 ‘북한 주민의 정보자유권 확대를 위한 랜선 세미나’에서 “(기존에) 북한으로 보내는 영상 콘텐츠는 명확한 타깃이 없었고 (전략 등이) 매우 추상적이었다”며 “북한의 체제변화를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세밀한 맞춤형 전략과 콘텐츠 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사회적 계층마다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콘텐츠 유입 시 목표를 세분화하고 특성에 맞는 접근을 해야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씨는 “실제 과거 중국에서 유학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엘리트층에는 일반 드라마나 영화보다 북한 사회문제를 다룬 책이나 자료가 더 효과적이었다”며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회문제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지식과 혜안이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부 콘텐츠를) 다수의 사람이 보길 원하고 그것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 생각이 바뀌길 바라는 희망에 불과하다”면서 “북한의 엘리트 계층, 중간 계층, 일반 군중(주민)을 위한 콘텐츠를 각각 제작·유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텐츠 대상자들의 특성을 면밀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유입할 때 북한 사회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는 “북한 사회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시기에 출생한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 이른바 장마당 세대를 노린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이들은 사회주의에 대한 애정과 신뢰,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낮아 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30세 이하)는 현재 북한 주민의 약 35% 정도(900만여 명)이며 10년 후에는 비중이 50%로 늘어난다”면서 “이들을 목표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인식변화를 유도한다면 북한 사회에 더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마당 세대로 알려진 1990년 이후 북한 출생자들은 외부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북한 사회 질서와 규칙에 대한 신뢰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인식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날 웨비나에서는 탈북민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이 북한 청년층에게 다가서기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네덜란드 미디어 개발자 올레 셔번스(Ole Chavannes)는 “북한의 장마당 세대들을 타깃으로 한 영상을 제작해 유입시키고 있다”면서 “영상은 한국의 탈북민 유튜버들이 직접 제작했다”고 말했다.
올레는 이어 “탈북민이 직접 제작한 영상이 남북한 사람들 간의 상호 이해가 증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영상 제작에 참여한 탈북민들이 북한 젊은이들에게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외부정보 접촉을 강력 단속하고 있어 새로운 유입수단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북한 당국의 감시와 처벌이 계속되고 있어 외부정보를 접하는 주민들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스마트폰용 콘텐츠 개발, 소형 위성TV 수신기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루멘의 백지은 대표도 “육로를 기반으로 한 정보 유입은 중개인(북한 내 정보원)에게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점에서 공중과 우주 영역을 이용한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변수(위험요인)를 줄이게 된다면 안정적인 정보 유입 유통 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웨비나(Webinar) 형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