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설까 말까’ 지지율 1위 이명박의 비애(悲哀)

1위 수성이 만만치가 않다. 굳건하게만 보였던 이명박 아성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방어만으로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쉽지 않다.

‘한반도 대운하’ 공세에 이어 8000억 재산설, BBK연루 의혹, 위장전입 의혹 등 이른바 ‘이명박 X파일’이 연이어 터지면서 굳건하던 지지율까지 하락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제기에 ‘가는 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어느 정도 ‘이명박 죽이기’를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거세게 몰아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한 듯 하다. 여전히 이 전 시장 측은 묵묵히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다.

반격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지지율 1위인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참고 견디기를 택한 것. 여기에 이 전 시장의 딜레마가 있다.

이미 범여권까지 가세한 BBK 관련 의혹에 의해 지지율 1위의 효자인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범여권은 BBK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검토하면서 이 전 시장의 ‘경제 전문가’ 이미지 상쇄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이 전 시장의 BBK 연루 의혹을 집중 추궁했던 송영길 열린당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본인이 판단을 잘못해 자신도, 처남도, 형도, 대학친구도 속았다는데 경제 전문가가 이렇게 경제에 무능한지 모르겠다”고 힐란했다.

이 전 시장 측은 한 숨만 내뱉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경제 전문가라고 사기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하지만 경제 전문가 이미지가 깎일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또한 “박 전 대표 측과 갈등이 있을 경우엔 어김없이 ‘1위가 참아라’는 연락이 온다”며 “1위 후보로서 감수해야 할 몫인 듯싶다”고 말했다.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너만은 참아야 한다는 요구다. 지지율 1위의 비애다.

박희태 선대본부장도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경선은 당내 게임이고, 경선이 끝나면 함께 손잡고 정권교체를 위해 투쟁해야 할 식구라는 점을 염두 해 두고 행동해야 한다”며 박 전 대표 측을 타일렀다.

그는 또한 “남을 음해하고 신상문제를 깊이 거론하는 불확실한 자료를 검증위원회에 제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너희와는 다르다’는 식이다. 근거 없는 내용으로 의혹을 제기하지 말라고 경고한 셈.

하지만, 이 전 시장 측이 언제까지 의혹 부풀리기 ‘뭇매’를 견뎌낼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캠프 내의 강경파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차하면 ‘박근혜 CD파일’ 공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박 전 대표 측과 범여권의 공세에 방어만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더 이상 수성이 어려울 경우 전면전으로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양측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승자가 가려지더라도 이미 치명상을 당해 범여권과의 본선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범여권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이명박, 그의 추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