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되는 논리로 北 인권 호도말라

유럽연합(EU) 25개 회원 회원국이 유엔총회에 상정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조만간 표결이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미국 CNN이 북한 내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로 의심되는 건물’과 거기에서 노역하는 사람들, 시신이 방치된 거리, 유엔이 제공한 구호식량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면 등을 방영했다. 이처럼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자, 그동안 ‘침묵’으로 대응하던 ‘진보’를 내건 사람들이 방어논리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북한인권 거론이 남북관계에 지장을 준다는 오래된 주장이 있다. 미국의 당국자들은 김정일을 폭군이라고 말해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 나오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북·일관계의 진전이 없다고 주장해서 납치 사실에 대한 김정일의 공개적 시인과 사과를 이끌어냈다. 남북 당국이 상대방 지도자의 암살까지 추진했던 박정희·전두환 시절에도 남북대화는 있었으니 이 가설은 잘못된 우려거나 핑계일 것이다.

앞뒤 맞지 않고 일관성도 없어

그리고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의해 ‘병영국가’ 내지 ‘전시체제’를 강요받고 있어 통제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있다. 백번 양보해서 언론과 여행의 통제는 전시체제의 산물이라고 하더라도 재판 없는 구금, 3대를 처벌하는 연좌제, 탈북여성의 보복적 낙태 및 영아살해와 같은 최악의 인권 유린이 ‘전시체제’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미국 등 자격 없는 자들이 북한인권을 이슈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심지어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는 한국 정부도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죄 없는 자가 저 여인을 돌로 쳐라’는 예수의 말이 있지만, 수령 1인 외에는 누구도 자유가 없는 북한의 인권 탄압을 미국의 이라크전 개입이나 국가보안법과 비교하려는 시도 자체가 억지스럽다.

“유엔에서 북한 인권을 이야기해 봐야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고 한 인권단체 간부가 말했는데 역으로 묻고 싶다. “당신들은 왜 남한의 인권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 자주 유엔인권위를 찾아갔는가” “남아공의 인종차별도 유엔의 인권결의안이 채택되면서 국제적 압력이 조직되어 결국 성과를 본 것을 정말 모르느냐”고.

최근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은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는데, 북한인권 논의를 봉쇄하려는 사람들은 북한인권 옹호에 가장 적극적인 EU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고 반미정서를 이용해 미국을 걸고 넘어져 북한정권을 감싸려고 한다. 한국인 납북자를 걱정해주면, 고맙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삿대질을 하니 낯 뜨거운 일이다.

실상부터 알고나서 말해야

‘조사하지 않으면 발언하지 말라’는 모택동의 말처럼 우선 북한인권의 실상이 과연 어떤 지경인지 알아보고 나서 방어논리를 만들기를 권하고 싶다. 아직 북한인권의 실상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북한인권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싶기 때문이다.

직접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은, 지난 2003년 대구에서 유니버시아드 경기가 열렸을 때 북한에서 온 여성 응원단원들이 남북정상회담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길가에 비를 맞으며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차에서 뛰어내려 현수막을 걷어서 행진하던 소동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 행동이 진심이든 아니면 충성경쟁이든 상관없이 오직 수령 한 사람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될 수 있을까?

지금은 중단된 신포의 경수로 현장에서도 한국 직원이 김정일의 사진이 실린 로동신문을 무심코 깔고 앉았다가 공사가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일이 있다. 한국인에게 이럴 정도면 과연 북한 주민들은 얼마나 혹독하게 통제하고 노예화하고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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