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서거> 말없이 눈물흘린 건평씨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는 24일 새벽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노 전 대통령의 사저와 빈소를 찾았다.

작년 12월5일 세종증권 매각비리 연루혐의로 구속된 이후 5개월20여일만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고향 땅을 밟은 것. 하지만 내내 침통했고, 취재진의 연이은 질문에도 아예 입을 닫았다.

건평씨는 전날 교도소에서 접견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들은 뒤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성장과정에서 건평씨는 아버지나 다름없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노 전 대통령의 큰 형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후 둘째형이었던 건평씨는 세무공무원을 하며 동생 뒷바라지를 했던 사실상 가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부산 동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해 땅을 팔 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소개해준 이도 건평씨였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된 후 고향을 찾아가 건평씨 무릎을 베면서 “형님, 저 대통령 됐습니다”라고 응석을 부릴 정도로 친밀감을 보였다.

하지만 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봉하대군’으로 불리며 구설수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건평씨는 2003년 인사 개입설로 입방아에 올랐다가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관련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또 2004년 4월에는 대우건설 고(故) 남상국 전 사장으로부터 “사장직을 연임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퇴임 후인 작년말에는 세종증권 인수과정에서 29억6천만원의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14일 징역 5년에 추징금 5억7천여만원을 선고받았다.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 건평씨는 `불안한 주변’이었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계하고 감시해야할 친인척 1순위로 꼽혔지만 마지막까지 공개적으로 형을 비판한 일은 없었다.

남상국 전 사장의 사건이 터졌을 때 노 전 대통령은 건평씨를 “시골에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면서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말 건평씨가 구속됐을 때도 “전직 대통령의 도리가 있겠지만 형님 동생의 도리도 있다. 형님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데 (내가) 사과해 버리면 형님의 피의사실을 인정해버리는 그런 서비스는 하기 어렵다”고 건평씨에 대한 예를 지키려고 애썼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건평씨 구속과 동시에 봉하마을 방문자를 상대로 한 관광객 인사를 중단한 채 사실상 칩거상태에 들어갔고, 이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결국 투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을 나흘 앞둔 작년 2월21일 “고향에서 형제끼리 지내면서 정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애틋한 정을 표시했지만 불과 1년3개월 만에 잠시 영어의 몸에서 풀려나 동생의 장례를 주관해야 하는 비극적 상황을 맞게 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