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강철 北대사, 6일 오후 6시까지 떠나라” 추방 결정

북한 김정남 사건을 계기로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의 관계가 단계적 단교로 치닫는 모양새다. 말레이 당국은 지난 2일 북한에 대해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 데 이어 4일 강철 말레이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이날 아니파 아만 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강 대사를 오늘 오후 6시까지 외무부로 소환해 양자 관계 사무차장을 면담하라고 했으나, 대사는 물론 대사관의 어떤 관계자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이어 “이에 따라 외무부는 오늘 저녁 강철 대사를 ‘외교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했음을 북한 대사관 측에 통보했다”면서 “따라서 그는 4일 오후 6시로부터 48시간 이내에 말레이시아를 떠나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강철은 6일 오후 6시까지 말레이를 떠나야 한다.

성명은 특히 강철을 기피인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지난달 28일 북측 대표단과 면담하면서 강 대사의 발언에 대한 서면 사과를 요구했고 당일 밤 10시까지 답변이 없으면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거의 나흘이 지났는데도 사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성명은 ‘주재국은 어느 때든 자국 결정에 대한 설명 없이 파견국의 외교관을 비우호적 인물(Persona Non Grata)로 규정, 파견국 정부에 통보할 수 있다’는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제9조를 언급하기도 했다.

성명은 또 “이번 조치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과의 관계 재검토 절차의 일부로 양국 간 비자면제협정 파기에 이어 나왔다”면서 “이는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불법적 활동에 이용됐을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명은 이번 조치가 외국 주재 대사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반감의 표시라는 점을 강조하고, 강철이 그동안 말레이 당국을 겨냥해 쏟아낸 비판 발언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강철은 지난달 17일 밤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나타나, 말레이 당국이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 김정남 시신 부검을 강행했다며 부검 없는 시신 인도를 요구한 바 있다.

그는 거듭된 억지 주장에 지난달 20일 말레이 외교부에 초치되기도 했지만,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말레이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믿을 수 없고 북한 배후설도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말레이 정부도 그간 강철의 각종 음모론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차례 경고해왔다. 특히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4일 일간 더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말레이시아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북한 외교관들은 말레이시아를 그들이 협박해 왔던 다른 나라와 같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미디 부총리는 이어 북한 측이 말레이 당국을 지속 비난할 경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강철은) 대사로서 그는 우리나라의 법과 관행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말레이 당국이 김정남 피살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예고하면서 북한의 비협조에 더욱 강경한 조치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말레이 당국은 북한 대사관에 현지 은신 중인 용의자 현광성과 김욱일을 비롯, 평양으로 도주한 리지현·홍송학·오종길·리재남에 대한 수사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자국민 연루’를 지속 부인하는 가운데, 말레이가 ‘단교’ 등 추가 조치를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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