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南北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남북은 1945년 해방 되기 전까지 같은 말과 글을 가지고 한 민족으로 살아왔다. 통행에도 제한이 없었다. 남쪽은 남도 사투리, 북쪽은 북도 사투리에 불과했다.



헌법에는 북한도 우리 영토로 돼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38선을 기준으로 남쪽만 한국 땅으로 여기고 있다. 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 주민들도 사실상 개성까지만 공화국의 영토라고 여긴다. 분단이 50년을 넘어가면서 우리 생각도 통일보다는 분단 쪽으로 굳어진 느낌이다. 



단순히 땅 문제만은 아니다. 오늘날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제도, 즉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독재국가인 북한과 세계 11위 경제대국인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많은 이질감을 안고 있다. 이제 비슷한 것은 외모뿐이다.



분단은 서로의 말조차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냉전을 극복하고 다문화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말과 함께 수많은 외래어들을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다. 북한 사회에서 생활하던 탈북자들은 같은 표현을 가지고도 전혀 다르게 말하는 이곳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많은 외래어들에 대한 것은 제쳐두고라도 우선 여기 한글 자모 개수와 북한의 우리글 자모 개수부터 차이가 난다.
 


여기서는 기본 자음과 모음을 모두 합쳐 24개다. 기본자음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이고 기본모음은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로 24개를 꼽는다. 
 


북한에서는 우리나라 글은 19개의 자음과 21개의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자음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이며 모음은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ㅐ ㅒ ㅔ ㅖ ㅢ ㅘ ㅝ ㅙ ㅞ ㅟ ㅚ로 이루어져 있다고 교육한다.
 


즉, 자음은 순한 소리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과 거센소리 ㅊ ㅋ ㅌ ㅍ ㅎ, 된소리 ㄲ ㄸ ㅃ ㅆ ㅉ로 가르며 모음은 홑모음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와 겹모음 ㅐ ㅒ ㅔ ㅖ ㅢ ㅘ ㅝ ㅙ ㅞ ㅟ ㅚ로 나눈다.
 


우리말인 ‘사이시옷’의 한글표시만 놓고 봐도 남북 간 차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사전에서는 사이시옷의 한글맞춤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이시옷: 한글 맞춤법에서,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났을 때 쓰는 ‘ㅅ’의 이름. 순 우리말 또는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거나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따위에 받치어 적는다. ‘아랫방’, ‘아랫니’, ‘나뭇잎’ 따위가 있다”고 적고 있다.
 


사전에 설명된 사이시옷에 대한 해설문에서 예를 든 ‘아랫방’이나 ‘나뭇잎’들에 대해 북한에서는 쓰기는 ‘아래 방’, ‘아래 이’이라고 쓰고 읽기에서는 ‘아랫방’, ‘아랜니’라고 읽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같은 사이시옷을 놓고도 남북한의 표기는 차이가 난다. .
 


탈북자들은 백화점에서 자그마한 가게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외래어로 설명이 되어 있어 찾는 물건을 앞에 놓고도 청맹과니처럼 멍하니 들여다보며 알아보지 못할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필자도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말이 너무 많아 그냥 멍하니 듣기만 할 때가 많다. 얼마 전 화장품을 사려고 화장품 상점에 갔다. 북한과 중국에서 고생하면서 피부 관리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얼굴에 주름이 늘었다.
 


피부가 건성인데다 주름이 많아 알맞은 기초화장품인 에센스를 사려고 했는데 아무리 들여다 봐도 도통 어느 것을 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옆에서는 화사한 판매원 아가씨가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필자는 진땀만 흘리고 있었다.
 


“그니까…그게…”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물건 하나를 집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반대 물건이었다. 오일이 들어있는 화장품을 사고 싶었는데, 집어 든 것은 오일이 들어있지 않는 에센스였다.
 


설명문은 영어로 돼 있었다. 결국 그 물건을 사서 나왔다.
 


북한에서는 화장품이라면 살결물(스킨), 크림, 분크림(파운데이션), 구홍(립스틱)이 있다. 한국에는 스킨만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북한에서는 세안용으로 세수 비누가 있지만 한국에는 세수 비누 외 에도 여러 가지 클렌징이 있다.
 


만약 북한 사람들에게 이곳 화장품을 설명하면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왜냐면 전부 외래어로 쓰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이 ‘저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은 완전 고가 브랜드야”라고 말하면 북한 사람들은 외국인하고 대화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런 일은 상점이나 식당에 가서도 흔히 생긴다. 도너츠, 피자, 파이라고 하면 북한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하던 음식에 주눅이 들고 말 것이다.
 


통일이 되면 여러 정치, 경제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말과 글에 대한 교육부터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말을 알아들어야 이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뿌리는 전단지에도 이곳에서 쓰는 말을 북한말로 설명해서 보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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