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聯 ‘8-9자회동’ 수렴 의미와 북한의 선택

말레이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이른바 ’8-9자회동’ 쪽으로 흐름이 잡히는 것은 북한과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의 묘한 이해관계가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이 참가하는 6자 회동’이나 ’북한을 제외한 5자회동’을 두고 줄다리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불필요한 긴장을 피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대안으로 ’8-9자회동’이 급부상한 것이다.

한마디로 각자 부담이 덜한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동결을 풀지 않으면 ’6자회담 프로세스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북한이나 반대로 ’일단 6자회담에 들어오라’는 미국, 그리고 ’북한을 뺀 5자회동은 있을 수 없다’는 중국 등이 서로 ’숫자싸움’을 벌이는 것이 이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아이디어가 ARF 개막을 앞두고 각국에서 봇물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7자냐, 8, 9자냐= 회동의 주체가 현재까지 확정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7자 회동이라면 북한이 참여할 경우 북핵 6자회담에 참가하는 나라와 ARF 의장국 말레이시아가 참석하는 방식과 북한이 참가하지 않고, 나머지 5개국에 말레이시아와 호주 등이 참석하는 상황을 말한다.

또 8자회동이라면 북한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를 전제로 할 때 6자회담 나머지 당사국과 말레이시아와 호주, 캐나다가 참가하는 회의를 말한다.

호주와 캐나다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가한 나라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 인해 자국의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는 ’이해당사국’에 해당된다.

북한이 8자에 가담한다면 이는 곧바로 9자회동이 된다.

7자든, 8자든, 9자든 어떤 형식이 됐든 상황은 외교 현장의 다이너미즘(역동성)을 활용하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예를 들어 ARF 의장국 말레이시아가 28일 열리는 ARF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의장 바로 옆에 별도의 이벤트 공간을 마련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주도로 옆방으로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이동하고 현장에 6~8개국 외교장관이 미리 와 있으면 가능하다.

백 외무상이나 라이스 국무장관의 쿠알라룸푸르 도착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이 시나리오가 가능한 날은 28일 하루다.

◇북한의 선택은= 회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다자 외교에서는 현장의 에너지를 활용한 즉흥적인 회동이 종종 연출되곤 한다”며 “북한이 특별히 거부하지 않을 경우 어떤 형식이든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현재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좌우하는 주체는 북한이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아세안 관련 회의가 시작되기 전인 24일을 전후해서 뉴욕 채널을 통해 북측에 말레이시아 회의를 계기로 6자회동에 참가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의 의중은 드러난 것이 없다.

백 외무상이 ’특별히 거부하지 않을 경우’ 6자회동이 아닌 9자나 8자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만 북한이 ’불순한 의도에 말릴 수 없다’고 거부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여기까지 와서 외톨이가 되겠느냐”고 말해 북한이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말하자면 평양에 있을 경우에는 ’협상에 임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머나먼 말레이시아까지 와서 바로 옆에서 외교 이벤트가 펼쳐지는데 구태여 발길을 돌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또 미사일 발사이후 코너에 몰리기만 하던 북한이 이번 회의를 ’미사일 발사는 군사훈련’이라거나 ’금융제재를 풀어라. 그러면 우리는 협상에 복귀한다’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재확인하려는 의지를 다시금 천명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특히 북한의 이번 다자회동 참여가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두차례나 ’외면’했던 중국을 향한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북한은 소극적이나마 8-9자회동에 임함으로써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남겨놓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북한 또 거부하면= 하지만 북한이 또다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로 결심했다면 미국이 보는 앞에서 ’화난 모습’을 한번 더 연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북한은 심각한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는 당국자의 발언은 향후 미사일 국면을 점치는데 시사하는 바 크다.

특히 북한에 대해 “이번에는 양보없다”는 입장을 굳게 지키는 미국이 국제사회에 ’문제아=북한’이라는 인식을 더욱 극적으로 알린 것을 계기로 보다 강력히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이 끝내 거부 입장을 거두지 않을 경우 ARF 의장성명 등을 통해 북한을 더욱 압박한 뒤 본격적으로 북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추가 제재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회담 소식통은 전했다.

가뜩이나 BDA 계좌 동결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을 향해 미국이 또다른 제3국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고 유엔결의안을 명분으로 확산방지구상(PSI)을 실천하려 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이번에는 냉철한 계산을 해야한다”면서 북의 태도전환을 촉구했다.

평화적 국면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결단’만 남은 양상이다./쿠알라룸푸르=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