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대 ‘위기의 고려사’ 구할까?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태에 국내 역사학계에서는 적어도 겉으로는 ‘분노’과 ‘격정’을 토로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이들은 고구려사를 자국사 일부로 편입하려는 중국을, 그리고 왜곡을 일삼는 일본을 공격대상으로 삼았지만, 우리 정부를 향한 질타 또한 잊지 않았다.

역사학계 논리는 간단했다. 정부가 우리 역사를 방치함으로써 이런 사태들을 불러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기초학문, 특히 인문학을 나랏돈으로 육성하고, 학자들 연구도 뒷받침하며, 더 나아가 국사를 일선 교육현장에서 필수과목으로 되돌려 달라고 아우성쳤다.

이런 주장은 상당 부분 달성됐다. 동북공정 대항을 표방한 고구려연구재단과 이를 이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출범했다. 나아가 정부는 국민세금 수천 억원을 인문학 육성을 위해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전개에 국내 고려사 전공자들은 소외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북공정 사태 와중에 고려왕조가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자부했다 해서 잠깐 관심을 끌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고려사 전공인 국민대 박종기 교수는 “하도 답답한 마음에 우리 고려사 전공자들끼리는 청와대 앞에 가서 고려사를 살려달라고 데모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의하면 고려사 전공자는 박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국내 고려사 전공자가 50명 안팎 정도 수준이며, 전문학술단체는 한국중세사학회 단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비해 고대사는 고고학, 미술사 전공자까지 합치면 연구인력이 1천명을 넘는다.

국내 역사학계, 특히 고려사 전공자들이 개성 만월대 유적 발굴을 부쩍 주시하는 까닭은 침체일로를 걷는 국내 고려사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만월대는 고려궁성이 있던 곳이다. 조선왕조로 본다면 경복궁이나 창덕궁이 있던 자리다. 500년을 버틴 고려왕조 심장부. 지금까지 고려사 연구가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도 이런 심장부가 북한에 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 공동으로 만월대 유적을 조사 중인 문화재청은 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그 중간성과를 보고했다. 겨우 두 달 동안, 그것도 본격 조사라기 보다는 지표를 걷어내는 시굴조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만월대는 고려사의 많은 면모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이는 ‘중심’을 도외시한 연구가 얼마나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고려사 전공자로서 이번 만월대 조사에 깊이 관여하는 한신대 안병우 교수는 “이런 남북 공동조사는 장기간 계속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침체에 빠진 고려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연구성과도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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