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 영빈관에서 유럽의 유력 뉴스 전문채널 ‘유로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지난 정부가)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많이 준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각료들이 과거 정권의 대북지원이 북한 핵무장에 쓰여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이 대통령이 정면으로 북한에 지원된 현금이 핵무장에 전용될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으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간의 대북지원이 북한 정권 안보와 핵무장에 전용됐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타산해보는 작업들이 발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향후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핵개발 전용 가능성이 있는 현금지원은 철저히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중동의 테러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국가적 단위로 볼 때 북한이 위험한 국가 중 하나인것만은 틀림없고, 그래서 이 문제에 세계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만드는 대량살상무기가 다른 국가에 전수되고 또 핵물질이 넘어가게 되면 핵보유 유혹을 받는 나라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유엔 제재와 같은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하도록 하고 있다”며 “대북제재의 목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와 대화를 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러시아가 국제공조에 굳건하게 보조를 맞추면 북한을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다고 본다”며 “유럽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해왔으므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정일에 대한 평가를 묻자 “사실 가장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라며 “북한은 완전히 폐쇄된, 우리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고 답했다.
9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예방과 관련해서는 “교황과의 만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분단된 대한민국과 북한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폴란드 교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세계로 문을 열고 나와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4일까지의 유럽 순방 기간 중 G8(선진 8개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하는 이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인식과 향후 대북정책 구상 등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해외 순방 기간 중에 ‘5자협의’와 같은 고착 상태에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