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힌두 왕국’ 네팔…왕정 폐지후 공화정 선택

지구상의 ‘마지막 힌두 왕국’ 네팔이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으로 이행한다.

네팔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총 240개 선거구 2만1천여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무리했다. 이번 총선은 공화제 헌법을 제정할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과정으로, 개표 완료까지는 약 3주간의 시간이 걸린다.

이번 선거를 통해 240명의 지역구 의원과 335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선출되며, 공식 선거결과 발표 이후 총리가 26명의 의원을 추가로 지명함으로써 601명의 네팔 제헌의회 의원이 구성된다.

총선에는 모두 54개의 정당들이 참여했으나, 현 총리인 코이랄라가 이끄는 네팔국민회의당(NC)과 마르크스-레닌주의자연대인 네팔공산당(UML), 모택동식의 농민혁명노선을 지지하는 마오 반군이 만든 네팔공산당(M) 등이 1당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12일 네팔 선거관리위원회의 중간발표에 따르면 네팔공산당(M)이 초반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찌감치 개표가 마무리 된 5개 선거구에서 네팔공산당(M) 소속 후보가 전원 당선됐으며, 12일 현재 개표작업이 진행 중인 102개 선거구 중 56개 지역에서 네팔공산당(M) 소속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팔공산당(M)은 벌써부터 압승을 장담하며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만약 현재와 같은 추세가 개표 막판까지 유지된다면 네팔은 240여년의 왕정을 마감하고 공산당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네팔에서 국민과 국왕과의 대치는 약 반세기 전부터 계속돼 왔다. 네팔은 왕의 힘이 아주 강했던 나라로, 마치 봉건왕조국가처럼 국왕의 직접통치가 가능한 정치 체제였다. 네팔에서 복수정당제가 허용된 것도 1990년에 이르러서다.

네팔의 정치 지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살필 수 있다.

첫 번째 정치지형은 국왕과 의회 사이의 권력 싸움이다. 1990년 복수정당제가 허용된 이래 의회 세력은 꾸준히 민주화를 요구해 왔으나 정부해산권을 가진 국왕은 총리를 13번이나 교체하면서 의회와 대치해왔다.

두 번째 정치지형은 1996년부터 등장한 모택동주의 공산 반군과 정부군과의 내전이다. 공산 반군은 급속도로 세를 불려 현재는 국토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택동식의 농민 혁명 노선을 지지하며 봉건 왕조의 폐지를 주장해 온 반군은 꾸준히 군대를 키워왔으며 지금은 그 병력 규모만도 약 1만 5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군과 반군간의 대치 국면은 현 갸넨드라 국왕이 즉위한 2001년 이후부터 급속히 심해졌다. 국왕은 공산 반군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반군 소탕은 쉽지 않았다. 주로 험준한 산악 지역을 근거지로 하고 있어 작전이 어려웠으며, 대다수 농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반군을 쉽게 제압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2002년 공산 반군과의 내전에 따른 국가 비상사태의 연장이 집권 여당의 거부로 실패하자 갸넨드라 국왕은 의회를 해산하는 강경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에 의회는 거리에서 국민과 함께 국왕에 저항하는 민주화 시위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2006년 4월 전국적으로 벌어진 총파업 투쟁과 국민들의 민주화 투쟁은 마침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국왕의 무릎을 꿇게 했다.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갸넨드라 국왕은, 자신이 강제 해산한 의회를 다시 소집해 7개 야당연합에 국가를 이끌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대국민 연설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국왕의 대국민 발표 이후 7개 야당 연합은 공산 반군과의 대화를 시작했으며, 그 해 11월에는 정부군과 반군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되기에 이르렀다. 그 후 야당 연합과 공산 반군은 함께 과도 정부를 구성하였으며 공화정 이행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구성되는 제헌의회가 민주주의 헌법을 마련하면 네팔은 입헌군주제에서 완전한 공화제로 전환되며, 1769년 출범해 239년간 영욕을 누려온 네팔의 샤(Shah) 왕조도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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