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그린 ‘한·중 제재강화 없인 北 안 돌아올 수도’

마이클 그린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1일 “중국과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명백히 하지 않으면 북한은 6자회담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린 전 국장은 이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8∼29일 북미 회동 이후 1주일 내에 6자회담 재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주장하고 “한국이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사업을 재검토하는 등 제재 강화 의지를 밝히지 않으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종료선언이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에 포함될 수 있다고 미국 측이 밝힌 것에 대해 “이를 근거로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 전 국장은 “미국은 2002년부터 이 ’평화 매커니즘’을 북한 문제의 해법으로 생각해왔다”며 “이는 9.19 공동성명과 지난 해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명백히 언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린 전 국장은 또 “미국은 핵시설 사찰, 고농축우라늄(HEU) 보유 여부 신고 등 핵실험 전보다 더 엄격하게 북한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한 뒤 “이는 북한의 행위에 대한 징벌적 대가”라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언급하며 시종 ‘부시 대통령의 뜻’임을 강조했다는 보도와 관련, 그는 “부시 대통령 아래에서 일하는 힐 차관보가 ’대통령의 뜻’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에 대해 힐 차관보의 입지가 약해졌다는 지적을 의식한 일부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나아가 “한국 정부가 확산방지구상(PSI) 불참 선언, 금상산.개성공단사업 존속, 그리고 북한 핵실험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을 지목함으로써 쓸 수 있는 좋은 ’카드’를 모두 협상 테이블에서 치워버렸다”며 “현재 한국은 아무런 ’채찍’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특정한 이익을 보호하는 면이 있었겠지만 그러는 동안 미·중·일은 대북 압박 공조를 더 강화해 나가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 전 국장은 “한국은 6자회담 당사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회담 결과의 밑그림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두 손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며 부연했다.

베이징 양자회동과 같은 만남이 반복되면서 사실상의 북미 양자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과 관련, 그는 “양자회담은 미국에 불리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그 이유로 “양자 협상을 하면 미국은 레버리지가 전혀 없다”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듯이 체제의 안전 또한 보장해 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미국 측이 대북 레버리지를 갖고 있고 북한 핵문제에 직접적인 이익이 걸려있는 중국에 6자회담이라는 틀을 통해 북한 문제를 떠넘긴 것”이라고 봤다.

그린 전 국장은 북한이 대미 양자협상을 고집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중국을 견제, 배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수 차례 강조한 뒤 “따라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미-북 양측이 평화협정에 서명해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중국으로부터의 압박을 견제하고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군부의 동요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한 그는 이어 “다만 놀라운 것은 한국의 386 세대를 포함한 진보 세력이 이 전략에 설득당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진보 정권’이 북한이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는 논리를 진실로 믿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980년대 광주사태의 후유증으로부터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 전 국장은 이어 “이들이 한반도의 안보 문제는 모두 미국 때문에 비롯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논리를 믿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 전 국장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일본연구소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 참석차 방한했으며 강연에는 박철희·신성호 서울대 교수,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시영 전 주 유엔대사 등이 참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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