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애 케이스의 ‘부정적 학습효과’

▲ 자유를 찾아 중국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관의 담을 넘는 탈북자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 : CNN 캡처>

▲ 자유를 찾아 중국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관의 담을 넘는 탈북자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 : CNN 캡처>

기자가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해 ‘왜 그것을 쓰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기자는 기사로써 말하기 때문이다. 기사의 사실 여부를 따져야지,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사고 방식 자체가 유치하다. 싫다면, 또 다른 진실을 말해 반격하면 된다.

탈북자 마영애 씨의 미국 망명 신청건과 관련한 논평과 기사를 쓰면서, 이런 기사를 쓰면 숱한 사람들 – 특히 탈북자들 – 에게 비난의 뭇매를 맞게 되리라는 것을 기자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예상할 수 있었다.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와 덕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안다. 아니, 글품팔이 하는 사람이었다면 ‘잘 되길 바란다’고 적당히 듣기 좋은 칼럼 하나 써주고 목에 힘을 줄 수도 있었으리라.

마영애 씨 주장 모두 사실이어도 망명 사유 안 돼

그것은 딜레마였다. 마영애 씨의 망명 심사는 이미 끝나 있는 상태였다. 마영애 씨의 망명이 허용된다면 우리는 “온갖 음해와 비방 속에서도 망명이 이루어졌다”고 마 씨가 의기양양하게 말할 때 그 ‘음해와 비방 세력’이 되어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망명이 거절된다 해도 “잘 나가던(?)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는 비난을 두고두고 받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도 못할 일에 괜히 끼어들어, 어떤 경우의 수에 대입해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살골’을 넣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부로부터의 걱정도 있었다.

문제는, 이번 망명 사건이 마영애 씨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지금 미국에는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들이 20명에 이른다. 마 씨의 망명 신청 결과는 우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현재 8천 명에 이르는 국내 입국 탈북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굉장히 안 좋은 ‘부정적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보자. 마영애 씨가 주장하는 탄압의 사례는 여권 연장 거부, 주민등록 말소, 국가정보원의 서약서 강요, 뺨을 맞은 구타 등이다. 마 씨의 이런 주장이 ‘전부’ 사실이라 하여도 이것은 망명의 사유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마 씨는(혹은 탈북자는) 그렇게 당해도 된다’는 주장이 절대 아니다.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유 ∙ 무형의 탄압과 방해에 기자 역시 분개하고 있으며 여러 사례도 알고 있다. 마 씨의 주장 가운데 절반의 절반만 사실이라도 하여도 여성 탈북자로 혼자 미국에 체류했던 마 씨가 느꼈던 공포는 여느 사람보다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박해를 피해 외국에 머물러야 할 사안은 절대 아니다. 특히 마 씨는 이제 가족까지 모두 미국에 불러들였다.

이런 이유들로 정치적 망명이 허용된다면, 앞으로 미국행을 꿈꾸는 탈북자들은 마 씨의 방식을 따라 배우게 될 것이다. 탄압받았다는 사례를 적당히 만들어 주장하고, 혹은 일부러 실정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 처벌을 받고 나서 그것을 탄압의 근거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사례가 거듭될 수록 더욱 자극적인 탄압 사례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은 마영애 씨 한 명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수십, 수백 명씩 생겨난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냉철히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내부의 잘못에 엄격해야 궁극적으로 승리

그래서 모든 운동에는 원칙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한국 정부가 밉다고 해서 분명한 거짓에 눈을 감거나 ‘우리 편’이라고 적당히 감싸줘서는 안 된다.

혹자는 한국 정부가 김덕홍 씨의 여권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들며 “한국 정부가 분명히 인권탄압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래서 마영애 씨가 이러한 사실들을 폭로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덕홍은 김덕홍이고 마영애는 마영애다. 마영애씨는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방해 혹은 탄압을 대변하는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마영애 씨의 경우, 미국 체류 초기에는 한국 정부의 탄압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다가 망명을 신청한 금년 초에 갑자기 탄압 이야기를 꺼내는 등 도덕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마영애 씨는 빨리 한국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마 씨가 미국에 자신의 정치적 자유를 부탁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해당 부서의 고유 업무영역이긴 하지만, 망명자의 자격을 심사하는데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제2, 제3의 마영애가 생겨서는 안 된다.

아울러 한국 정부에 타격을 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상관 않고 밀어주는 일부 인사들의 무분별한 사고방식에 자성을 촉구한다. 내부의 잘못과 문제에 엄격하고 철저한 세력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법이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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