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제재’로 방향을 틀게 된 건 북한이 핵·미사일에 대한 대화나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면서 그간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길 바랐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미국 대사관저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면서 “북한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그 어느 나라와도 끝까지 대화하려 하지 않아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는 이란이나 쿠바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북한이 지금 대화에 나서고 싶지 않아 한다고 해서 나중에까지 그럴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미국은 늘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나 가능성을 열어 둬 왔고, 북한이 조속히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문제에 있어 최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원칙과 실용에 입각한 외교를 추구해왔다. 거기엔 협상과 제재, 억지를 포함한 ‘삼지창 전략’이 포함된다”면서 “북한의 핵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최선의 해결책을 도출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미국 고위 관료들이 북한을 ‘적(敵)’과 같은 용어로 묘사하는 것과 관련, 북한을 특정 용어로 지칭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사로 일한 기간을 포함해 약 20년간 북한 문제를 다뤄왔지만 북한이란 도전에 대해 특정한 이름을 붙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살면서 남북관계라는 이슈가 현실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면서 “미국에서 살면서 남북관계를 글로 읽어 왔던 것과 이곳에서 실제로 손에 잡히듯 느끼는 것과는 정말 달랐다. 삶으로써 남북관계 현실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동맹과 관련해 리퍼트 대사는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 특히 양국 간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일치한다”면서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증강시킨 건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이에 대해 한미는 국제사회와 일치돼 강력한 제재안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밖에도 한미는 재래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강화시켰고, 전작권 및 미군 철수와 관련한 문제도 원만히 조정했다”면서 “한미일 간 3자 협력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어 “가장 중요한 건 한미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시장경제, 법치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존중하고, 특히나 한반도 통일을 향한 양국의 공통된 가치관을 심화시켜 갔다는 것”이라면서 “더 놀라운 건 이 같은 몇 가지 사례는 한미동맹이 최고 상태에 있을 때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일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미동맹은 역사상 최고의 상태에 있고, 역동적인 변화와 심화된 협력을 이룰 기회가 끝없이 많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한미동맹이 어느 정도 견고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한미관계를 예단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걸 예측할 수 있다면 월가에서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나”라고 농담을 던지며 “한미관계에는 항상 도전이 있었지만, 그것이 이 관계를 훌륭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도전과제에 따라 항상 해결책을 찾아왔고, 그런 이유에서 한미동맹은 세계 최고라 꼽힐 수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리퍼트 대사는 또 “물론 앞으로도 큰 과제들이 많이 있겠지만 한미동맹은 그런 사안들을 잘 다뤄갈 만한 능력이 있다. 양국 관계의 기초가 튼튼해서 역동적인 변화나 의견 불일치를 잘 관리해갈 제도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서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협력과 협의를 심화시켜갈 기회가 풍부하게 있으니, 한미가 21세기에 직면하게 될 도전 과제들을 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세계 안보 및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오래된 협상들을 반복하기 보다는 다음 챕터를 써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21세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와 번영을 줄 수 있도록 우리(한미)도 심화된 협력을 지속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리퍼트 대사는 미 국무부로부터 오는 20일 귀국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언젠가 떠날 날이 온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직무와 생활이 정말 보람됐기에 우리 가족에겐 한국을 떠나는 게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그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 ‘같이 갑시다’와 같은 말을 한국어로 전하며 대사직을 마무리하는 데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귀국 후 계획에 관해선 “아내가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선임 부사장으로 있는데, 커리어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면서 “임기가 끝날 때 즈음엔 중요한 결정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개인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차분히 생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도 한미관계를 위한 일이라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지던 리퍼트 대사는 2014년 10월부터 주한 미국대사직을 수행했다. 그는 한국에서 두 아이를 낳아 각각 ‘세준’ ‘세희’라는 한국 이름을 붙이는 등 전직 대사들과 비교해 한국에 많은 애정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