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테러의 본질 제대로 통찰해야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테러를 당했다.

리퍼트 대사는 오늘(5일) 오전 7시 40분쯤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 관계 발전방향’이라는 조찬 강연회 장소에서  ‘우리마당통일연구소’ 김기종(55세)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공격당해 크게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테러범이 25cm 길이의 과도로 리퍼트 대사의 오른쪽 얼굴과 오른쪽 손목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를 한 김기종은 현장에서 “남북은 통일되어야 한다” “전쟁 반대”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이번 테러는 그 내재된 성격을 고려해볼 때 단순 테러가 아니라, 한국사회-남북한(한반도)-동북아시아에 걸친 매우 중차대한 대사건이다.

주한 미 대사가 테러를 당한 것은 1882년 한미 수교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전쟁 상황도 아닌 평시에 서울 한복판에서 공개된 장소, 공개된 행사에서 벌어진 백주의 테러이다.

민화협이 주최하는 주한 미 대사 초청 강연회는 매년 해온 연초 행사이다. 이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면면이 다양한 편이다. 이념 스펙트럼에서 볼 때, 구 통진당의 종북 김일성주의자에서부터 친북 좌익-단순 좌익-중도-보수 우익에 이르기까지, 북한문제에 관심이 있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다. 그러나 행사 주최측의 성격이나 모인 사람들의 이념 스펙트럼을 객관적으로 보면 이른바 “우리민족끼리파”가 상대적 다수로 볼 수 있다.  

필자도 류우익 통일부장관 시기, 성 김 주한 미 대사 한국 부임 시기, 어떤 발언이 나올까 궁금하여 두 번 참석한 바 있다. 그때도 강연 후 청중석에서 “한미연합 훈련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되느냐?”는 질문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테러범 김기종은 그때도 얼굴에 턱수염을 엄청나게 기른 상태로 이 민화협 행사에 나타났었다. 

김기종은 1980년대 신촌 연세대 부근에서 ‘우리마당’이라는 풍물연구소를 만들어 운동권 언저리에서 친북 통일운동을 해온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 언제부터인가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각종 북한관련 세미나에 나타나 청중석에서 반미친북적인 발언을 해온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는 이번 리퍼트 대사 테러 사건은, 좁은 범주에서 큰 범주에 이르기까지 세 가지 정도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본다.

첫째는 한국사회가 1980년대를 통과하면서 대학가에 수없이 양산된, 김일성 김정일의 ‘사상적 사생아’가 저지른  ‘반미 테러’ 사건이다. 길게 보면 1980년대 미 문화원 방화사건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기종은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테러 지시를 받았을 수도 있고, 평양 세습정권과 관계없이 자기 확신에 따라 테러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둘째는, 최근 몇 년 동안 남북 사이의 통일의 주도권이 대한민국 쪽으로 넘어오는 와중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북한은 두 가지 방식으로 통일을 하려고 해왔다. 하나는 6.25전쟁과 같은 전쟁 방식의 통일, 나머지 하나는 남한에 친북정권을 세워서 이른바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방식이다. 남한에 세워지는 친북정권은 그 속성상 반드시 ‘반미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분단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통일운동의 주도권은 북한이 갖고 있었다. 7.4남북공동성명에서 6.15, 10.4 선언까지 거의 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있었고, 남한은 80년대 구공산권이 붕괴되던 시기에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 성공한 정도였다.

단적인 사례로, 북한은 1960년대부터 남한내에  통혁당-인혁당-남민전에서부터 최근의 왕재산 사건에 이르기까지 남한 내에 많은 지하당을 건설했지만, 남한이 북한지역에 지하당을 건설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간단히 말해, 북한정권은 목숨 내놓고 통일하려고 했지만, 남한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만 불러댔지, 목숨 내놓고 통일하려고 노력한 적이 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한내 통일운동의 주도권도 당연히 반미친북 운동권이 갖게 되었다. 남한 내에서 통일운동이라고 하면 거의 대다수 친북적 우리민족끼리 통일운동이었지, 자유민주주의 통일운동권은 관변단체를 제외하면 소수였다. 다시 말해 자유민주주의 운동권은 통일운동이 아니라 대다수는 “종북좌익 척결”이라는 방어적 자유민주주의 수호운동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우리사회의 반미친북 통일운동은 특히 80년대를 통과하면서 완전히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런데, 인류의 사회역사 변화발전의 큰 흐름이 공산주의를 무너뜨리고 1990년대에 세계적 범위에서 1차 정리가 되었는데,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곳이 바로 한반도이다. 지금 한반도는 인류사회의 마지막 20세기형 이념 전쟁-자유민주주의 대 김일성주의-을 치르고 있는 중인데, 여기에서 한반도 통일의 주도권을 남한이 잡느냐, 북한이 잡느냐 하는 문제는 한반도 7천만 민족의 사활이 걸린 것이다.

이 남북간 통일의 주도권 장악과 관련하여, 최근 북한인권문제의 세계화에 힘입어 북한세습정권은 세계적 판도에서 코너에 몰리게 되었고, 이어서 한-중 관계가 중-북 관계를 차단하는 데 일정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으며, 나아가 지난해 통일대박론을 계기로, 드디어 분단 이후 최초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주류세력이 통일운동의 주도권을 잡는 그 임계 지점에까지 오게 되었는데, 바로 이 임계 지점에서  이번 김기종의 주한 미 대사 테러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테러 사건이 북한정권의 직접 지시가 있었든 없었든 관계없이, 분단 이후 남북간의 큰 흐름에서 볼 때 매우 예민한 지점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에게는 이 테러 사건의 현상적 측면과 본질적 측면에 대해 동시에 깊이 있는 통찰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향후 수사 결과, 비록 테러 사건 그 자체는 어느 ‘반미 또라이의 단순 테러’ 로 판명날 수도 있겠지만, 이 사건의 본질도 똑같이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 이 사건은 앞으로 북한과 종북세력의 남한 내 활동 방향을 암시해주는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체제 정당성(이데올로기와 정권의 도덕성)의 우위, 군사력의 우위, 경제력의 우위, 외교관계에서의 우위 등에서 그 주도권이 왔다갔다 한다. 그러면서,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집중 두들기는 전략으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체제 정당성, 경제력, 외교관계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북한정권은 핵무기를 갖고 있고, 지난 관례에 비춰 본다면 남한에 대해 각종 도발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정권은 지금까지 각종 대남 도발을 통해 남한 주민으로 하여금 ‘북한은 무슨 짓을 저지를 모르는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왔고, 지난 60여년 동안 성공을 거두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늘 방어적 태도로 일관해오며, 가능한 한 북한과 싸움을 회피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관례’는 안보(security) 측면에서 대단히 위험한데, 불행히도 북한 정권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일각에서는 한국의 전작권 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그것은 짧은 생각일 뿐이다).    

북한정권은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전면 전쟁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의 관례처럼 끊임없이 대남 도발을 해야만 남북관계 주도권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마치 자전거 패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돈도 떨어지고 힘도 떨어지니까 최근 5~6년 동안 사이버 도발을 계속해왔고, 그 연장선에서 미국 본토 안에 있는 ‘소니 픽처스’까지  사이버 테러를 한 것이다. 

남한내 종북세력은 그 본질상 북한 세습정권의 연장(延長) 세력이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코너에 몰리고 북한 내에서 기반이 약해질수록 남한내 종북 세력의 기반도 약해진다. 평양 본진(本陳)의 입지가 어려우면, 남한내 종북의 입지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들은 운명공동체이다. 이번 테러사건도 그 연장성에서 보게 되면 본질적 맥락이 분명하게 잡힐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북한 내부적으로, 또 대외적으로 무리수를 두게 되면, 남한내 종북세력도 자연스럽게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다. 결론은, 앞으로 남한내 종북세력들의 불연속적 테러가 늘어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입지가 불안해질수록 남한내 테러도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 북한정권은 유엔의 북한인권문제를 희식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적어도 남북 관계에서 힘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정권의 한반도 정세 인식보다 훨씬 느슨해 보인다. 그 사례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이후 만들어진 통일준비위원회를 보면, 뭔가 뼈대조차 올바르게 서있지 않는 느낌을 준다. 통일준비위원회에 좋은 인사들이 들어가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뭔가 그 방향성이 분명치 않아 보인다.

특히 지난 1월 정종욱 부위원장의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을 보면, 실체가 분명치 않은 “합의 통일, 열린 통일, 공영 통일”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한반도 문제,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분명치 못하여 “머리 속이 안개 속처럼 뿌연” 모습이다. 게다가 기회주의 절충주의 봉합주의적인 사고를 스스로는 “합리주의”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 정도 수준의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이라면, 혹시 북한 통일전선부의 김양건과 만나 논리 싸움을 벌인다면 서너 합이나 제대로 견딜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통일준비위 안에 현실에 기초한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사고를 가진 2류들 때문에 제대로 그 역할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기종의 주한 미 대사 테러사건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다. 이 사건의 현상과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가 맞닥뜨릴 후폭풍은 클 것이다.

먼저 대한민국의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서 사건발생의 밑바닥부터 샅샅이 수사해 들어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에게 향하던 칼을 리퍼트 대사가 대신 맞았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굳게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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