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폐막된 제115차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참석차 제네바를 방문했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 리 철 주스위스 겸 주제네바 대사가 19일 오전 전격적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제네바 국제회의센터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남북 의원 회동에는 우리측에서는 김혁규(金爀珪) 신중식(申仲植) 윤원호(尹元昊) 의원이, 북측에서는 리 철 대사와 수행원 2명이 각각 참석했다.
IPU 한국대표단 단장인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이날 일찍 떠나는 바람에 회동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 대표단은 총회 기간에 여러 차례 리 대사와의 회동을 제의했으나 북측에서 답변이 없다가 총회가 폐막한 이튿날인 이날 오전 북측이 전격적으로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김혁규, 신중식, 윤원호 의원과 리 대사는 서로 반갑게 악수하고 잠시 기념촬영을 한 뒤, 제네바 국제회의센터내 별실에서 소파에 마주 앉아 북한의 핵실험과 남북관계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리 대사는 17일 북한의 핵실험 관련 결의안 채택 여부를 놓고 진행된 전원회의에서 “무력은 무력을 부르고 전쟁은 전쟁을 부른다. 북한은 살기 위해 핵무기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 것은 현명치 못하다”라고 비판했던 유재건 단장의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리 대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도록 강제한 것은 부시 미 행정부이며, 핵무기는 미국의 공격에 대한 자위수단일 뿐이며, 미래의 한반도 전체를 위해서도 힘이 될텐데 남쪽에서 앞장 서서 그런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혁규 의원은 “유 의원의 발언은 4천700만 남한 국민들이 다 똑같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로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핵무장 도미노를 초래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지금처럼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서는 살아갈 수 없는 만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포기와 6자회담 즉시 복귀 등의 필요성을 적극 개진했다.
신중식 의원도 “남과 북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이 더 이상 세계로 고립되어서는 안되고, 더욱이 도발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신 의원은 이어 “북한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의원 등 우리측 의원들은 현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한 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속히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또는 반기문(潘基文) 차기 유엔사무총장을 특사로 초청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고, 그 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신 의원은 전했다.
이에 리 대사는 현재의 국제정치적 환경을 감안할 때 그 것이 빠른 시일내에 가능하겠느냐고 회의를표시하면서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존경심은 여전하며 김정일 위원장이 국제흐름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시기 선택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 의원은 덧붙였다.
리 대사는 특히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남한정부에 중단하라고 간섭할 수가 있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한 뒤, 남한 정부가 금강산 관광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그는 전했다./제네바=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