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의 ‘이성’, 왜 북한인권은 모른 체 하나?”

▲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우)를 실명비판한 조성환 경기대 교수

뉴라이트 사상·이론지 시대정신의 ‘진보지식인 실명비판’이 강만길·백낙청 교수에 이어, 1일 발간된 봄호에서는 ‘진보진영의 은사’로 불리는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를 겨냥했다.

조성환 경기대 교수의 ‘우상 파괴자의 도그마와 우상’이라는 논문을 통해 리 전 교수의 사상이 냉전·반공 이데올로기의 허위를 고발하는 데는 탁월했지만, ‘인간적 사회주의’에 대한 집착으로 문화혁명과 북한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리영희의 실존과 글쓰기의 정수는 ‘이성’에 의한 우상 파괴다. 그러나 미국과 대한민국은 ‘계몽의 이성’으로 부정하고 북한은 ‘인간적 사회주의’라는 주관적이고 낭만적인 기준을 적용해 관대해진다면 이는 이성도 아니요 진보도 아니다. 그것은 우상이요 시대착오다.”

조 교수는 “리영희는 미국을 정계·군부·재계·지식인까지 하나의 복합체가 돼 군수산업의 요구에 따라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는 제국주의 국가로 규정한다”며 “미국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근본주의적 측면은 곧바로 대한민국의 부정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영희의 사상에는 애초부터 ‘대한민국’은 없었다”며 “대한민국을 그저 ‘남한’으로 지칭, 청산되지 않은 자들, 그리고 그들의 후예인 ‘극우 반공 미국 숭배적 냉전주의자’가 통치하고 또 그들에 의해 대중이 억압받고 있는 부끄러운 나라로 단정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냉전·반공 이데올로기의 폭압성과 허구성을 고발하는 리영희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와 존경을 마다 않지만, 반공 이데올로기 비판을 넘어선 미국과 대한민국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부정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는 염려와 함께 반감도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또 “대한민국에 대한 칼날같은 비판과 달리 중국과 북한을 향한 태도에서는 무디고 허술한 논리가 발견된다”며 “관대함을 넘어 낭만적 향수까지 내비친다”고 공격했다.

“리영희의 ‘이성’, 왜 북한인권은 지나치는지 의아”

리 교수는 그의 대표작 ‘우상과 이성’에서 문화혁명을 “물질생산보다 인간의 평등을, 능률의 향상보다는 인간의 소외를 해소·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강제와 폭력이 아니라 교육혁명이라는 이상적 방법으로 전개되는 인류사의 일대실험”으로 규정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이미 문화혁명이 아래로부터의 교육혁명이 아니라 위로부터 기획된 폭력의 광란이었다는 점이 자명해졌는데도 권력의 폭압에 맞서 우리 사회의 우상파괴에 온몸을 던졌던 그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리영희는 ‘인간적 사회주의’로 포장된 문화혁명의 우상 안에 갇혀있다”면서 “이는 북한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낭만적·목가적 시각을 가지게 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냉전·반공에 대한 리영희의 우상파괴의 이성이 왜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에는 닿지 않고 동포의 처참한 인권상황을 지나치고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라며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이중잣대이며 리영희의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리영희의 사상은 ‘부정(否定)을 위한 부정’이었으나 그것이 종합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부정의 배제와 부인’이었다”고 종합하고 있다.

그런 리 교수가 한국 지성계의 ‘신화’가 된 이유를 조교수는 “그가 정치적 박해와 맹목적 추앙 대상의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에 ‘반성적 성찰’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후인(後人)들은 그를 독단적 ‘사상의 성(城)’에서 좀 더 성찰적인 ‘지성의 장(場)’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간지 시대정신은 이후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 ‘우리시대의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기획 시리즈 연재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호는 ‘한국사회 선진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한국사회 선진화를 위한 정치·경제·외교 등 분야의 발전 방향을 담았다. 선진화에 대한 4가지 주제를 담은 특집대담과 함께 ‘선진화에 대한 성찰’ ‘선진화의 정치적 조건’ ‘시장경제 선진화 방안’ ‘선진화를 위한 대북·대외정책’ ‘한국선진화의 기본모형’ 등 5편의 논문을 등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