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좌파 한국사회당, 민노당 사태 어떻게 보나?

▲ 오준호 한국사회당 대표직무대행.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사회당 서울시당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NK

우리사회에는 ‘진보’를 표방하는 군소 정당들이 있다. 유권자들이 평소에는 이름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어김없이 ‘진보’의 깃발을 들고 등장한다.

최근 민노당 사태는 이른바 ‘진보진영’의 큰 딜레마로 등장했다. ‘종북주의 청산’은 평균적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찬성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민노당 쇄신파가 내놓은 ‘종북주의 청산’은 끝내 거부되었다. 간단히 말해 ‘몰상식이 상식을 이긴 경우’다.

그렇다면 민노당 사태를 보는 또다른 군소 ‘진보정당’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이라고 하면 민주노동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보정당 운동의 본류(本流)는 1980년대 ‘민중민주운동(PD)’을 이끌었던 좌파 운동권들이다. 이들의 유산(遺産)은 현재 ‘한국사회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8년 ‘청년진보당’을 시작으로, 2001년 ‘사회당’, 2006년 ‘한국사회당’으로 당명을 바꿔 오면서 16, 17대 대선을 비롯해 3번의 총선과 2번의 지자체 선거에 후보를 내세웠다. 17대 대선에서 ‘꽃미남 외모’로 유권자들의 기억에 남은 기호 10번 금민 후보가 바로 한국사회당의 대표였다.

데일리NK는 최근의 민노당 사태를 보면서 군소 ‘진보정당’은 북한 핵문제, 김정일 정권, 북한인권, 개혁개방 등에 대해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민노당 사태는 1997년 권영길 후보를 추대했던 ‘국민승리21’ 발족 시절부터 예상됐던 일입니다.”

인터뷰에 나선 오준호 한국사회당 대표 직무대행(서울시당위원장)은 “민노당 내 자주파의 종북주의 태도와 비이성적인 사고방식이 ‘진보정당’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처럼 보이지만 다가서면 그 차이가 선명해진다. 북한의 핵무장과 인권유린에 대한 한국사회당의 당론은 한마디로 ‘용인불가(容認不可)’였다. 지극히 보편적인 기준으로만 접근해도 북한의 핵무장과 인권유린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남북경협에 대한 지적도 날카롭다. 오 대행은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 교육과 복지의 확대 없이 ‘북한 저임금 노동력 +한국 자본’식으로 남북경협이 흘러가는 것을 반대한다”며 “북한 군부와 한국 자본이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 민중과 북한 민중이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남북통일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오준호 직무대행과의 인터뷰 전문]

-한국사회당을 잘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데….

우리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과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은 출발 당시에는 진보적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진보성을 잃어버린 측면도 많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세력은 체제에 흡수되면서 변질되었고, 노동자 운동도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생겼다. 우리는 과거의 관성에 머물지 않고, 시대변화에 맞게 계속해서 기층 민중들과 함께하는 진보정치를 꿈꾼다.

-분당(分黨)을 향해 가는 최근 민노당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사회는 87년을 기점으로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 역사의 총결산이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2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에 진보적이던 내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이상 진보적일 수 없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북한에 대한 태도다.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세력은 북한이 한국보다 우월한 체제이며 한국의 진보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는 민족해방(NL) 이론을 받아들였다. 이들이 민노당에 대거 들어가서 주축세력이 되었던 것이다. 민노당 ‘자주파’는 북한의 위상을 너무 과대하게 설정했다. ‘평등파’도 이들의 행동을 눈감고 묵인해왔다.

민노당이 17대 총선에서 원내의석을 얻으며 자주파와 평등파의 동거가 가능했지만, ‘이명박 시대’가 오고 진보진영이 위축되자 문제가 터진 것이다. 정략결혼을 했던 남녀가 가세가 기울자 부부싸움을 시작한 꼴이다. 자주파의 문제는 ‘종북주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는 문국현씨의 출마가 미국의 음모라고 분석하는 자주파의 비이성적인 주장이 민노당 내부에서 나돌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진보정치를 제대로 펼치겠나?

-민노당을 탈당한 평등파와 합당 계획이 있나?

심상정의원이 비대위를 이끌면서 강력한 혁신안을 민노당 대의원들에게 제안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는 10년 전부터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해 왔다. 자주파는 매우 특수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한반도를 바라본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하지 않고 독자정당을 추구해왔다.

민노당 탈당파와 공식적으로 합당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교감은 나누고 있다. 어떤 틀로 발전될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주사파가 싫어서 민노당을 탈당한 사람들이 새로 당을 만든다고 해서 당장 국민들이 높은 지지를 보내줄까? 우리는 호흡을 길게 갖고 미래를 모색하려 한다.

-한국사회당의 대북정책 기조는 무엇인가?

우리는 ‘보편적 기준’으로 북한을 바라본다. 핵문제, 인권문제, 남북경협 문제 모두 ‘보편적 기준’을 적용한다.

우리는 보편적인 비핵화 관점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한반도에서 핵무기는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 때도 북한 군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과 미·중·일·러 5개국이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당론이다.

북한인권 문제도 보편적 기준으로 바라본다. ‘좋은벗들’ 같은 대북지원단체를 보수우익으로 몰아 부치는 진보진영 일부의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북한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왜곡되는 정보도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북한의 폐쇄성과 인권유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제적 수준에 따라 북한의 인권 수준이 개선되야 한다.

다만 북한인권 개선을 빌미로 무력 사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인권 개선에 접근해야 한다.

-진보진영에서는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북한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주장이라는 시각도 존재하는데….

북한주민들이 진심으로 김일성에게 충성하고 열광할 때 우리는 그것이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그 체제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그 체제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숨까지 빼앗기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특수성’을 이유로 그냥 덮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인류가 획득해 온 민주주의의 가치, 보편적 인권의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는 마당에 북한 인권문제를 ‘북한의 특수성’으로 환원시킬 수는 없다.

한국 정보기관이 북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실태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정보 독점 문제’가 아니라 정보가 독점되도록 자기 사회를 폐쇄하는 북한 당국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경협, 통일문제에 대한 한국사회당의 당론은?

북한은 빨리 개방을 선택해야 한다. 한편으로 북한의 개방을 ‘경제논리’로만 해석하는 한국정부, 대기업 심지어 민노당의 태도도 지적하고 싶다. 북한의 개방을 ‘북한의 저임금·지하자원+한국자본 결합’ 식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북한 민중들의 교육,·복지 수준을 높이는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통일준비가 가능하다.

우리는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간주한다. 무력통일, 흡수통일, 통일지상주의 등은 남북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정부는 북한을 미수복 지역으로 설정하는 헌법조항을 개정하고 북한도 한국을 혁명대상으로 보는 헌법조항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체제 유지에 자신감이 있는 한국이 북한보다 먼저 우호적으로 나서는 평화통일 정책이 필요하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남북간 군축협상’도 미룰 수 없는 주제다.

-한국사회당이 주장하는 ‘평화주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북한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남북 사이에 상호호혜가 필요하다. 남과 북, 서로가 득이 되는 한반도 평화를 지향한다. 한국 자본과 북한 군부간의 결합이 아닌 남과 북의 민중들이 득이 되는 상호호혜적인 평화, 전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쟁취하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총선 준비는 하고 있는가?

한국사회당은 지난 대선에서 금민 후보를 내세워 우리의 존재를 국민들에게 알렸지만, 여전히 당의 기초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총선에 맞춰 후보를 내세우는 ‘이벤트식 접근’으로는 기존의 민노당을 뛰어 넘는 진보정당으로 발전하는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이번 총선에 올인(All-in) 하기보다는 총선을 징검다리 삼아 향후 지자체 선거까지 준비할 수 있는 기초를 닦으려고 한다. 우리는 2~30대 유권자들에게 힘을 쏟으려고 한다.

이제 민족해방운동, 민주노총식 운동으로는 더 이상 진보정치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진보진영의 재집결과 새로운 모색’을 목표로 이번 총선에 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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