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 임신說’ 어떻게 알려졌나?

지난달 15일, 데일리NK 내부소식통은 김정은의 아내 리설주의 ‘임신설(說)’을 전해왔다. 공식석상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던 리설주가 갑자기 공개행보를 중단한 점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공식 확인된 정보는 아니었지만 상당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리설주의 임신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당시 소식통은 말했다.


결국, 지난 달 30일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리설주의 모습에서 임신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 모습을 분석한 우리 정부 관계자는 “리설주가 임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은과 그의 부인과 자식, 그리고 장성택과 김경희, 최룡해 등 로열패밀리와 그 최측근의 신변 사생활은 북한 내부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이들에 대한 사생활을 누설할 경우 정치범 수용소에 구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김정일의 무분별한 여자관계나 방탕한 생활 등 사생활은 입소문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퍼져 왔다. 또한 장성택 김경희 부부의 불화(不和)나 최룡해의 엽기적인 성매매 실태도 평양 시민들의 입방아를 피하지 못했다. 최고지도자와 그의 가신(家臣)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국가 1급비밀’처럼 강조하고 있지만, ‘그래도 궁금하다’는 민초들의 원초적 욕구까지 억제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백성들이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는데는 북한의 시장, 즉 ‘장마당 통신’ 만한 것이 없다.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인 고영희가 째포(재일교포)이며 평양만수대예술단 무용수라는 소문 역시 장마당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사실로 확인됐다.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이 절뚝거리며 걷는다는 소문은 2009년부터 장마당에 퍼졌다. 북한 당국의 추적에 따라 이 소문의 진원지로 당시 9군단 소속의 한 중좌가 체포돼 극형에 처해진 것으로 전해졌지만, 소문은 주워 담아지지 않았다.


북한에서 구전(口傳)의 힘은 이렇게 강력하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사실이 퍼지지 않도록 철저한 단속과 통제를 벌이지만, 그 무시무시한 국가안전보위부도 ‘하룻밤 새에 천리(千里)를 달리는 발 없는 말(言)’은 어쩌지 못한다. 최고지도자와 고위 간부들만 참석하는 연회나 술자리의 경우에도 여기에 참석한 간부나 예술인, 접대원, 호위사령부 군인들을 통해 그 실체가 외부에 전해진다.


구전된 소문은 ‘장마당'(시장)에서 증폭된다. 교차확인을 거치기 때문이다. 교차확인이라는 것이 한국의 SNS처럼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것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 중에 “내가 000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옹기종기 모이게 되면 “이런 이야기 들어봤냐”면서 대화가 시작된다. 누군가 한 사람이 “나도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고 하는 순간 이 소문은 ‘사실’로 확정된다. 교차확인을 거친 소문에 대해서는 최고지도자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어린 대꾸가 이어진다.


“우리 장군님(김정일)께서 저렇게 몸이 불편하셔서 어떻게 하나?”
“우리 원수님(김정은) 사모님께서 후대사업을 든든히 하셔서 다행이다!”


김정일이 절뚝거리는 것도, 리설주가 임신한 것도 이런 식으로 말하면 ‘충성심의 표현’이 된다. 발설과 폭로가 아니라 걱정과 근심인 것이다. 비록 뒷탈을 걱정해 적당한 충성심으로 포장하긴 했지만, 정보(情報)는 고스란히 살아 있게 된다. 


당, 인민위원회, 학교, 그 어느 곳에서 물어볼 수 없었던 궁금증이 장마당에서 확인되는 순간 “미묘한 짜릿함을 느꼈다”는 탈북자도 있다. 새로운 정보가 주는 해갈(解渴)의 느낌을 경험한 북한 주민들이 갈 수록 늘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증언이다.


북한 장마당 통신의 주역들은 30~40대 여성 장사꾼이다. 이들은 전국을 누비며 함경북도에서 들은 소문을 강원도에 퍼뜨리고 황해남도에서 보고 들은 것을 평양북도에 뿌리고 다닌다. 어쩌다 여맹 회의에라도 참가했다하면, 여맹 간부들의 따분한 정치강연에 질린 동네 아줌마들이 이들 주변으로 모인다. 쌀 값 걱정, 살림살이 걱정으로 시작된 아줌마들의 수다는 평양 최고지도자가 식겁 할 수도 있는 로열패밀리의 사생활까지 들었다 놨다 하게 된다. 


대북민간 라디오 방송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역정보’ 역시 장마당 통신의 단골 메뉴다. 특히 남한에 입국한 가족들로 부터 전해 듣는 소식, 중국에 친척방문을 다녀온 여행자들로 부터 듣는 소식 등은 순도 90% 짜리 정보들이다. 


장마당 통신에서 서비차 운전수나 기차 역무원들을 빼놓으면 꽤나 섭섭해진이다. 이들은 군(郡) 당비서 조차 모르는 타지역 이야기, 평양 이야기를 마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처럼 소상히 묘사하고 다닌다.


리설주 임신설을 전했던 소식통은 “요즘에는 평양 중앙당 간부들이 각종 행사에서 원수님(김정은)과 사모님(리설주)을 목격하고 이를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설주 임신설이 주민들 사이에 퍼진 배경으로 김정은 일가와 중앙당 비서나 부장들이 사용할 수 있는 봉화진료소를 지목했다. 봉화진료소에 복무하는 의사나 간호원 등을 통해 리설주 임신설이 외부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의 설명대로라면 베일에 가려져 왔던 북한 최고 권력층의 실태가 앞으로 더 많이 내외에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라면, 배고픔 만큼 참기 힘든 것이 궁금증이다. 북한 주민들의 원초적 본능은 이제 2라운드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배고픔이 ‘시장(市場) 교역 시대’를 열어냈다면, 그들의 궁금증은 ‘시장정보 시대’를 불러 올 것이다. 북한내부의 역동성이 더 증폭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