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가 北 변화의 상징? 시리아 못봤나”

23일 소공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오공단(사진) 미국 국방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장소를 착각해 약속 시간에 늦은 기자에게 ‘젊은 나이에 벌써 그러면 어떡하냐’며 핀잔을 놓았다. 나이로 시작한 대화가 질문이 낄 틈도 없이 30분간 이어졌다. 그는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대화 중간에 생글생글한 웃음을 계속 보였다.     


오 연구위원은 평양의 숨겨진 사람들 한국어판 출간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평양을 찾은 여행객들이 볼 수 없는 이면을 소개하고 있다. 오 박사는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를 동반하고 나와 서방 세계에 변화의 기대를 갖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 옆에 멋진 서방 여자(아스마 알아사드·36)가 앉았다고 시리아가 변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모던한 패션을 한 부인이 김정은을 개혁개방으로 가도록 하면 좋은 일이다. 지금은 낙관이나 비관을 할 때가 아니라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개혁을 하려면 결국 이제껏 물려받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산을 포기해야한다”면서 “평양공화국(기득권 세력)과 비(非)평양공화국 사이에서 어떤 신중한 개혁 조치가 나오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아버지와 차별화가 시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김정은 정권의 앞날을 점치기 어렵다면서도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면 미국의 개입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미국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120만 군대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전 국토를 요새화한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선 미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과 같은 열린 민주주의, 인권존중, 모든 계층을 포용하는 문화를 갖춘 나라가 탄생하는 것을 기꺼이 도울 것이다. 그것이 동맹이다.”


오 연구위원은 2기 오바마 정부 한반도 정책을 책임질 차관급 인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이전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2.29합의라는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지만 북한은 이를 걷어찼다. 북한이 먼저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십여 년이 넘게 북한을 다뤄왔지만 여전히 ‘진창에 발이 박힌 격’이라고 말했다. 신뢰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일관하면서 신뢰를 먼저 달라고 하는가 하면 번번이 약속을 처음으로 되돌리는 바람에 미국도 지쳤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을 활용해 북한을 다룬다고 말하지만 중국이 주장한 6자회담도 결국 허사로 돌아갔지 않았냐”면서 “핵 비확산 정책을 쓰고 있지만 옵션이 많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한국, 중국과 총체적인 소통을 통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다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돈과 조건만 맞으면 (핵 기술을) 팔 용의가 있다고 몇 번씩 밝혀왔다”면서 “더구나 세계 역사상 가장 최악의 인권유린을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대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북한과 관계 개선을 외치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나도 처음에는 햇볕정책을 지지했는데 실행방법을 보니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서독은 돈을 주면서 동독 정부의 미디어 통제를 풀고, 고령자 자유 방문 등을 달성해냈는데 한국은 아무런 조건도 걸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돈을 줄 수 있다. 그런데 돈을 주고도 남한이 아닌 북한의 요구만 들어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햇볕정책이 북한의 버릇을 잘못 들여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남한을 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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