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근 北미국국장 방미 성사될까

금융제재 및 위폐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으로 북핵 6자회담 재개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6자회담 북측 차석대표인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방미 가능성이 제기돼 그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 국장이 미국을 방문해 대북 금융제재와, 금융제재의 근거가 되고 있는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 의혹에 대해 미 당국자와 대화를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 국장의 방미 가능성은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 대사가 지난 달 30일 비공식 모임에서 “리 국장을 뉴욕으로 불러 위폐문제를 논의하자”는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이태식 주미대사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리 국장이 미국에 올 경우 받아들인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말해 리 국장의 방미를 놓고 북미간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위폐 등 당면 현안을 미 당국과 논의하기 위한 리 국장의 방미 가능성이 주목되는 이유는 6자회담이 장기 교착국면으로 돌입한 시점이 지난 해 12월 북미간 금융제재 및 위폐 관련 대화가 무산되면서 부터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 5차 1단계 6자회담때 금융제재 문제를 제기한 뒤 금융제재 관련 북미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협상은 불가능하며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아닌 실무자에게 브리핑을 해 줄 수 있다’고 나오면서 북미 회동 자체가 무산됐다.

그후 북한은 금융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이 없음을 공식화하고, 미국도 금융제재의 근거인 북한 위폐 의혹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계속하면서 6자회담 전망은 안개 속에 빠졌다.

따라서 북미 양측이 사태가 꼬이기 시작한 지점으로 돌아가 금융제재 및 위폐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우리 외교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이 8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국제적인 ‘반자금세척활동’에 적극 합류할 것임을 밝혔지만 이에 대해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북한 정부가 그런 (불법) 활동을 모두 그만두는 것”이라고 언급한데서 보듯 양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가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는 내심으로는, 형식은 어떤 형식이 되더라도 양측이 대면함으로써 위폐 문제가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고, 타협점을 찾아 내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이다.

이에 대해 이태식 대사도 “양측이 만남으로써 서로의 입장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있을 것이고, 입장 표명이 있을 텐데, 그 과정에서 어떤 공통분모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양자협의를 통해 북한이 불법행위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이와 함께 이 대사가 “지난 해 12월 김계관 부상이 (위폐 관련 회동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 했기에 북미간 위폐 관련 접촉이 무산됐지만 아마 그 때 리 근 국장이 오려고 했다면 방문이 성립됐을 것”이라고 전한 대목도 흥미롭다.

‘김 부상은 안되지만 리 국장은 된다’는 데는 결국 금융제재 등을 정치적으로 풀 수 없다는 미 정부의 인식이 담겨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분석이다.

한 당국자는 “미국 입장에서 북핵 수석대표인 김 부상을 만날 경우 금융제재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만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실무자격인 리 국장에게는 금융제재 및 위폐 문제에 대해 당초 생각하고 있던 브리핑을 해줄 수 있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리 국장의 방미가 성사되더라도 북미 양측의 입장 차가 단번에 좁혀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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