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반도 정세 그대로 재연?…살벌한 북중 국경 검문

“씨아처(下车, 내리시오)!”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 남쪽,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와 인접한 도로에 설치된 초소. 갑작스런 검문에 무전기와 소총을 든 중국 군인은 고압적인 자세로 차에서 내릴 것을 명령했다.

미국 잠수함 미시간호가 부산항에 입항하고 북한에선 6차 핵실험 준비 정황이 포착되는 등 긴장에 처해 있는 한반도 상황이 북중 국경지역에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이는 평안북도 신의주와 인접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탈북민이 많이 은신해 있다던 지린성 옌지(延吉) 등지에서 북한인권 관련 취재를 하는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때문에 취재진은 어느 정도 긴장을 푼 터였다. 하지만 실제로 군인들의 검문이 시작되고 갑자기 여권과 핸드폰을 요구하니, 순간 아뜩했다.

검문은 상당히 집요했다. 중국 공안(公安)과 군대가 모든 기기(器機)를 철저히 검열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니 서늘했다. 어떤 예감이었는지 소지한 파일들을 삭제한 후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운이 좋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중국 군인들은 동행한 취재진과 가이드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일일이 북한과 관련된 사진이 찍혔는지 확인해 봤다. 특히 가방 안에 있던 카메라도 중국 군인이 직접 조작했다. 수상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는 듯 보였다.

▲무장한 중국 군인들이 여권을 일일이 촬영하고 있다. 총기는 중국군 돌격소총 QBZ-95 추정. /사진=국민통일방송 특별취재팀

이처럼 한참 동안 이어진 짐 수색과 핸드폰 검열. 이렇다 할 내용이 없자, 중국 군인은 “샹처(上车: 차에 타다)”를 명령했다. 본래 초소에서의 1차 검문에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주변 공안이나 파출소에 넘겨질 수 있으나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이다. 다만 군인들은 취재진 모두의 여권사진을 찍어갔는데, 중국인 가이드의 신원조회는 배제한 것으로 미뤄 한국 등 외국인에 대한 경계가 강화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가이드는 “원래 이 지역은 검문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이번처럼 차량 검색을 하거나 신분을 파악하려고 집요하게 캐물은 적은 없었다”면서 “국제 정세가 나빠서인지 검문이 엄해졌다는 게 절실히 느껴졌다”고 말했다.

두만강 대교로 북한으로 연결되는 지린성 훈춘(琿春)시 취안허 세관도 상황은 비슷했다. 정문 근처로 다가가자 즉시 군인이 경계태세를 취했고, 세관 앞에 위치한 마트에서는 켜지도 않은 카메라를 끄라는 말만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어렵사리 대화의 문을 연 차량 운전자는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도 “이곳에 처음 왔다. 잘 모른다”고 일관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라 반한(反韓)감정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국 현지. “중국이 북중 국경에 10만 명 규모의 병력을 전개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한반도 긴장상황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 따라, 이와 같은 경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린성 훈춘 취안허 세관에 무장한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국민통일방송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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