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북제재에도 中 단둥세관 北트럭으로 장사진

오전에 中에 납품하고 저녁 늦게 원자재 싣고 北으로

조중우의교_북한트럭
북한 트럭이 조중우의교를 지나 단둥 해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지난 18일. 북중 교역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는 이른 아침부터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넘어오는 화물차들로 가득했다.

총길이 941m의 조중우의교(中朝友誼橋·일명 압록강대교)의 다리 중간까지 트럭이 수출입검역검사국의 통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북중무역이 크게 감소했다는 이야기가 무색할 정도였다.

단둥해관_북한트럭
단둥해관 안에 북중 무역과 관련한 트럭들과 관광버스들이 주차돼있다. /사진=데일리NK

한시간여 동안 이어지는 북한 화물차 행렬

오전 8시, 단둥해관(海關, 세관)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수많은 북한의 화물차들이 통관 준비를 위해 다리 위에 대기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통관이 시작된 후 북한 화물차들은 한두 대씩 세관 안으로 향했다. 북한의 화물차 행렬은 취재팀이 지켜본 한 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IBK북한경제연구센터가 지난 9월 발표한 ‘월간 北-中 무역통계 동향(19년 8월)’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對中) 무역총액은 전년 동월 대비 7.5%증가했다. 8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으나, 전월에 비해서는 수출, 수입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방문 등으로 인해 북중관계가 회복되면서 비(非) 제재 품목을 중심으로 교역량을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트럭이 늦은 밤 단둥세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오전에 中에 납품하고 저녁 늦게 원자재 싣고 北으로

세관에서 나온 낡은 북한 트럭들은 거친 엔진음을 내며 단둥 시내를 지나 어디론가 이동했다.

대북 소식통은 취재팀에 “중국에서 발주한 물품을 납품하기 위해 물건을 싣고 오는 것”이라면서 “아침에 들어와서 밤이 되면 여기(단둥)서 원자재를 싣고 다시 북한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중국으로부터 위탁받은 제품을 아침에 납품한 뒤 저녁에 원자재 등을 싣고 다시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대북한 수출품 중 머리카락, 각연이 그 전해에 비해 각각 121.4%, 11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발, 담배등을 가공하기 위한 원자재 수입이 지난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올해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럭이 조중우의교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영상=데일리NK

저녁 8시, 해가 지고 행인들도 줄어들었지만 단둥 해관 앞은 북한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가만히 서서 들어가는 차량을 10여 분간 세어보니 30대를 훌쩍 넘겼다. 그 뒤로도 한참동안 트럭들은 세관으로 들어갔다.

길게 늘어선 트럭들의 행렬은 주변 도로에 영향을 줬다. 이 때문인지 중국 공안(公安)이 차량 흐름을 통제하며 트럭들을 해관 안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길을 지나는 중국인들도 익숙한 듯 트럭을 피해 길을 건넜다.

해관으로 들어간 트럭은 대부분 트레일러여서 어떤 종류의 화물이 실려있는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트레일러가 아닌 일반 화물차에는 코일(Coil) 형태의 금속이 실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철과 철강 등은 유엔 대북제재 2397호에 명시된 금지 품목이다.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섰지만 안전 문제 때문인지 공안이 접근을 막았다.

‘평북 00 -0000’ 번호판을 단 북한 트럭. /사진=데일리NK

‘평북 00-0000’ 번호판을 단 트럭들

해관으로 오가는 화물차들은 모두 ‘평북 00-0000’의 번호판이었다. 북중 무역에서 발생하는 물류들이 평안북도에서 집결하고 퍼지는 것으로 보인다. 평안북도 일대가 일종의 대중 무역관련 물류 거점인 셈이다.

실제, 북한은 평안북도 신의주를 물류의 중심지, 무역중계지로 부각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신의주 국경지대 투자안내서’는 “북중국경통과지점(조중친선다리, 조중압록강다리, 신의주항)을 통한 보세가공무역, 중계무역, 봉사무역, 물자류통과 상업, 유가증권, 주식거래를 비롯한 금융사업을 등의 발전시킬 것이다”며 “평안북도 철산군과 염주군 해안지역에 국제비행장과 국제항구를 건설하여 항공운수와 해상운수를 발전시켜 신의주국제경제지대를 세계적인 물류중심으로 만들 계획이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