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할머니 “나도 북한에 있는 남편 만나게 해달라”

북한인 남편(홍옥근.74)을 둔 독일인 레나테 홍(71) 할머니가 평양을 방문해 남편과 47년만의 극적인 상봉을 했다.

독일의 DPA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레나테 홍 할머니가 평양에 도착할 당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남편 홍 씨를 발견하고 감격했었다”고 전했다.

레나테 할머니는 “북한 체류 기간인 12일간 내내 홍옥근 씨를 자유롭게 만나 충분히 얘기할 수 있었다”고 했고, 맏아들 페터 현철은 “입국장에 서있는 아버지를 본 순간 너무 충격적이라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흔들리고 혼란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레나테 할머니의 방북이 있기까지 독일의 물밑 외교가 돋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독일 외무부와 국제적십자사가 레나테 할머니의 가족 상봉을 도와주기 위해 그동안 철저한 보안 속에서 활발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레나테 할머니는 북한 적십자사의 초청으로 두 아들 페터(48), 우베(47)씨와 함께 지난달 24일 에어차이나 항공편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출발,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방북했다.

방북에 앞서 레나테 할머니는 지난해 7월27일 함경남도 함흥에 사는 남편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6월12일까지 4통의 편지를 받았으며 편지는 “사랑하는 레나테…당신이 나의 영원한 인생의 반려자가 되길 소원했었다오”라는 등의 내용으로 돼 있다.

독일 예나시에 사는 레나테 할머니는 1953년 동독에서 유학중이던 남편과 1953년 결혼했으나 1961년 북한이 동유럽 지역에 파견했던 유학생들을 소환함에 따라 남편과 이별한 후 만나지 못했다.

이와 함께 “레나테 할머니의 극적 상봉 소식을 들은 루마니아의 할머니도 북한에 있는 북한인 남편과 상봉을 허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현지시각) 전했다.

올해 74세의 조르제타 미르초유 할머니는 이 방송에서 “북한인 남편 조정호 씨에 대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며 “북한인 가족과 헤어져 사는 다른 외국인 국적자에 대해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지난 1952년 북한의 전쟁고아를 이끌고 위탁교육을 위해 루마니아로 파견된 북한인 남편 조정호 씨를 처음 만나 지난 1957년 루마니아와 북한당국의 허가를 받아 결혼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남편 조정호 씨와 결혼 후 함께 평양으로 옮겨 살았지만 지난 1962년 생후 1살 반 된 딸이 병에 걸려 치료를 위해 루마니아로 일시 귀국한 다음 다시 평양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47년 동안 남편과 떨어져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헤어진 직후 수차례 루마니아 주재 북한 대사관 측에 남편이 있는 평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비자 발급을 요청했지만 북한 당국은 남편 조정호 씨가 죽었다, 실종됐다라는 이유를 반복하며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양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남편 조정호 씨의 소식만이라도 듣기위해 루마니아와 북한 정부, 그리고 국제 적십자사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남편과의 상봉을 호소했지만 아직 남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남편 조정호 씨와 잠시나마 함께 행복했던 부쿠레슈티에서 재혼도 하지 않고 혼자 딸을 키우고 살면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미르초유 할머니는 “헤어진 북한 남편과 만나면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현재 한국어 루마니어 사전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레나테 홍 할머니 외에도 독일인 여의사 우타 안드레아 라이히(49세) 씨가 북한에 사는 아버지 김경봉 씨와의 상봉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확인하고, “독일은 자국민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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