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에 올라 앉은 대북 포용심리

지난 9일 열렸던 남북군사실무회담은 통속적인 대북유화정책의 패턴에 따라 진행됐다. 이런 사이클은 이전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반복돼 왔다.


우선 북한은 위협이나 군사공격, 혹은 합의서 위반 등의 도발을 감행한다. 이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제재와 고립, 혹은 기존의 지원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북한은 다시 이에 반발해 책임전가 주장과 보복위협을 남발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때 중국이 등장해 양측에 ‘자제’를 요청한다. 북한은 못이기는 척 협상에 나서거나 상황을 과거상태로 돌리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주도했다고 자화자찬한다. 이쯤되면 대화 재개가 새로운 돌마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행복한 기대감이 넘쳐난다. 그러나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북한, 중국, 남한의 진보진영은 유연성이 결여된 한미의 강경책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기까지 비교적 소강상태가 이어진다.


이번에는 북한이 전술을 바꿨다. 평양정권은 새롭고 매력적인 홍보를 위해 신년공동사설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보여진 것처럼 그들은 남한에 손을 내미는 와중에도 공격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목적 획득을 위해서 도발행위와 그럴 듯한 유화책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기존의 협상태도와 동일하다.  


평양정권은 한반도의 긴장 수준를 낮추는 것 뿐 아니라 자신들이 이성적인 협상 대상이라는 점을 외부세계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대화재개 조건 중 하나인 남한과 관계개선에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 외에도 ▲연평도 공격과 영변 우라늄 시설 공개로 인해 추가된 미국과 남한의 대북제재를 약화시키는 것 ▲기존의 제재조치를 포함한 국제 결의안을 약화시키는 것 ▲외교적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것 등을 외교목표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군사실무회담의 결렬에서 확인된 것처럼 앞으로 남북회담에서 새로운 진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선 북한은 향후 남북회담에서 자신들의 태도 변화를 표명하거나, 남한이 느끼는 안보위협 문제를 다루거나, 6자회담에서의 약속한 비핵화를 실행할 의향을 비추는 등에 대한 가능성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다. 남한은 북한이 지난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 사건에 대한 사과 및 핵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런 논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진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정권출범 초기 북한과 대화를 개시하려고 시도했을 당시 북한이 보여줬던 도발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평양 정권 자체의 책임이라는 점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됐다.


북한이 남북군사실무회담에 나서는 과정에서 중국은 주요 요소가 아니었다. 백안관이나 일부 언론들은 지난 1월 중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이 남북간 대화재개를 유도했다고 언급했지만, 애초에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남북군사회담을 이끌어 내기 위한 초반 눈치보기 작전(kabuki dance)을 예고 하고 있었다.  


북한이 기왕에 대화무대에 등장키로 한 마당이라, 비록 공허한 한 단락이라도 담으려고 했던 미중 정상회담 선언문은 결국 싱겁게 끝났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나친 의미 부여도 있었는데, “중국은 북한의 고농축우리늄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expressed concern)”는 표현이 바로 실례다.


중국은 평양정권에 대한 비난을 거부한채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그 어떤 가시적인 조치를 거치겠다는 약속도 없이 그저 가치중립적인 입장만 고수했을 뿐이다. 중국은 자신들이 북한 문제의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북한 문제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줬다. 중국의 행동은 한반도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약화시켜 왔다.


2010년 정당치 못한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확실하고, 설득력 있고, 종합적이었던 증거들 마저 인정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유엔 결의안의 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노력들을 방해했다. 중국은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한 한미의 노력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으로 노정은 불확실하다. 남북군사실무회담의 결렬이 미국으로 하여금 평양정권과 접촉하려는 시도를 단념케 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점차 북한과의 접촉 부재가 자신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요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있다. 아무리 미북간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남한이 제시한 대화재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위험천만한 길이 된다는 것이다.


북한과 어떤 식으로 접촉하든 그것이 미국의 핵심 정책 변화로 비쳐지는 것을 장기간 조심해왔던 부시 행정부처럼 오바마 행정부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적절한 외교적 수완을 동반 할 때야 성공 가능하다. 문제는 그런식의 대화 전략이 북한의 도발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최소한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소박하게 믿는 것 외에 미국이 선택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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