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오버랩된 ‘한국형 좌파’… 그 비겁한 침묵

지난 7월 1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4회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워싱턴에서 시작되어 서울과 벨기에 브뤼셀을 거쳐 로마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이탈리아의 ‘초국적 진보당(Transnational Radical Party-TRP)’과 미국의 프리덤하우스(FH)가 공동주최했다.

로마대회는 이탈리아에서 사형반대운동이 활발하고, 바티칸에 교황청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북한의 ‘공개처형’과 ‘종교 탄압’을 주제로 삼았다. 특히 최근 EU의회에서 탈북과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공개처형이 예정된 손정남씨의 안전을 촉구한 것도 주제선정에 고려되었다.

이번 대회는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이탈리아의 정부와 의회의 깊은 관심이 인상 깊었다. 이탈리아 여성운동가로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엠마 보니노(Emma Bonino) EU담당 장관과 지아니 베르네띠(Gianni Vernetti) 외무부 인권담당 차관이 직접 회의에 참가해 북한정권의 인권유린을 강력히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확산해야 한다는 연설을 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올해 4월 총선에서 간발의 차로 좌파연합이 정권교체에 성공해, 정부와 의회지도부는 공산당을 비롯한 다양한 색깔의 좌파정당 소속이며, 주최측인 TRP도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좌파로 분류되는 단체다.

이탈리아의 좌파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의 북한인권에 대한 매우 자연스러운 관심을 보면서 한국 좌파들의 비겁한 침묵과 외면이 오버랩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들은 북한의 미사일 사태를 언급하면서, 미사일 이슈는 자칫 북한에 말려들 수도 있는 만큼 인권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나름의 전략적 사고까지 전개시키고 있었다.

한심한 한국 좌파들

회의 다음날에는 이인호 교수, 강철환 대표 등이 의회 지도자들을 면담했는데, 이들은 북한에 대해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었으며,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고 한다.

결국 이번 회의는 북한인권문제가 좌우 이념에 따라 다른 접근이 있을 수 없으며, 우파들만의 관심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국제적 기준으로 보자면 한국의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의 북한인권 외면이야말로 무척 예외적이고 비정상적인 사례임에 틀림없다.

이날 사회를 본 TRP의 마테오 메카치는 “민주주의 국가의 실수와 독재국가의 고의적 범죄와의 차이를 간과하는 문화”에 대해 비판했는데, 반미를 외치며 김정일 정권의 죄악에는 눈을 감는 자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말이다.

종합토론 시간에 이탈리아의 한 청중이 “지난해 공연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었는데, 주민들이 억압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발언, 이를 반박하는 토론이 이어져 회의 말미에 흥미를 더해줬다. EU의회의 마르코 파넬라 의원은 “이라크의 후세인도 이탈리아 배우들을 초청해 공연을 했는데, 그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당하고 학살당했다”고 반박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연계해서 진행 ▲ 공개처형 제도 폐지 ▲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 대북방송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여 이를 이탈리아 정부에 제출했다.

만약 한국정부가 북한인권 개선에 적극적이라면 외교라인을 동원하여 EU를 비롯한 많은 민주정부와 의회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북한주민들을 위한 숱한 기회와 시간을 놓치고 있는 우리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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