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명거리 건설 책임 간부, 배정받은 아파트 포기한다는데…

진행 : 북한 당국이 려명거리에 건설한 초고층 아파트를 두고 연일 인민애를 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여 간 려명거리 건설을 위해 주민들을 참 많이 닦달해왔던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과연 김정은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려명거리 건설에 집착했던 걸까요? 그리고 주민들은 호화롭기 그지없는 려명거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오늘 이 시간에는 데일리NK 최송민 기자님과 함께 려명거리 건설의 속내와 주민 반응을 알아보겠습니다.

1. 북한이 김정은의 지시대로 김일성 생일(4·15) 이전에 려명거리를 완공하긴 했습니다. 외관상 꽤 화려하게 지었던데요. 최 기자는 려명거리 건설 과정을 지속 취재해왔는데, 완공된 모습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김정은의 이른바 ‘애민용’ ‘대외과시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완공한 치적 건설사업이다 보니 사실 ‘미래과학자 거리’보다도 외관상으론 화려하고 웅장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리마 속도’ 등 이른바 ‘속도전’ 구호아래 벌인 날림식 건설이다 보니 질과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한 게 아닙니다. 이번 공사에 동원됐던 지휘관들과 건설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2. 그간 입수된 증언들을 보면, 북한 당국이 려명거리 건설 지원 명목으로 각종 세외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하죠. 자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냄비나 부지깽이 등 살림살이까지 바치라고도 했고요. 려명거리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지난해 3월 김정은은 본인의 핵미사일 집착으로 나온 유엔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미제(미국)와 그 추종세력들과의 치열한 대결전’을 선포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4월 4일부터 려명거리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에 필요한 시멘트와 철강재 등 건설자재의 충분한 준비 없이 벌인 공사였고, 이에 따라 ‘온 나라 인민들이 떨쳐나 려명거리 건설을 힘 있게 지원하자’는 구호아래 힘없는 주민, 학생들을 상대로 각종 세외 부담을 가중시켰습니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과 주민 세대들은 당국의 ‘파철수집운동’, ‘헌금운동’에 어쩔 수 없이 자기 집 부지깽이와 쇠 냄비는 물론 부족량은 돈으로 보상해야 했습니다.

결국 주민들의 피와 땀이 려명거리를 위한 골조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려명거리 건설에는 나의 피와 땀이 스며있다’며 비난하고 있는 겁니다. 

3. 주민들의 고혈을 짜내며 려명거리를 건설하는 모습이 참 힘겨워 보였는데, 그래도 약 1년 만에 초고층 아파트들을 완공하긴 했습니다. 문득 북한의 속도전 건설이 어떻게 가능한 건지 궁금해지는데요. 북한의 건설 역량은 어느 정도 됩니까?

1960년대 김일성은 ‘평양속도’ ‘천리마 속도’를 강조해 왔는데 이것이 결국 오늘날의 ‘만리마 속도’라 불리는 날림식, 부실공사의 시초입니다.

특히 모든 분야에서 ‘속도전’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것은 바로 김정일인데요. 그는 1970년대 초부터 건설 분야에서 늘 ‘속도전’을 강조해왔고 당시 평양시 곳곳에는 ‘창광거리’ ‘광복거리’, ‘통일거리’를 비롯한 각종 거리가 새로 생겼는데, 이는 김정일 자신을 ‘창조와 건설의 영재’로 미화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공사들입니다.

다만 북한은 상당히 훌륭한 건설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평양에는 건설인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평양건축종합대학’이 있고, 또한 평양시 건설총국과 지방에는 5·16건설 특급기업소들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인민무력성(군) 산하엔 도로국과 건설1여단, 국가보안성(경찰) 산하 7총국, 8총국이 있습니다. 또한 당(黨) 선전선동부 산하엔 6·18당원돌격대가,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소속으로는 속도전청년돌격대가 있습니다. 정말 각종 명칭의 건설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건설인력은 상당히 많지만 건설기계와 설비 대부분이 노후화돼 건설자들의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겁니다. 예를 들면, 함경북도에는 청진조선소에 다 낡아 빠진 30톤짜리 기중기차(TADANO)가 한 대 있을 뿐입니다. 

4. 이런 사정이라면 건설 과정에서 인부들이 겪는 피해도 클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맨 몸으로 초호화 건물을 짓게 되면 그만한 보상이 주어집니까? 혹 건설 과정 중 다치거나 죽는 경우엔 어떤 대우를 해주는지요?

북한에서의 보상은 금전이 아닌 정치적 보상입니다. 말하자면 ‘표창’ ‘훈장 메달수여’ ‘감사문 전달’ 등 다양한 칭찬 보상을 내립니다. 특히 건설장에서 신체적인 피해를 당했거나 사망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사고’ 혹은 ‘본인불찰’로 규정해 묵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보상받는 경우가 있는데 ‘애국열사증’을 가족에게 전달하거나 신문, 방송을 통해 ‘애국적 소행’을 선전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래놓곤 가족 측에는 ‘이거라도 감사하게 여겨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죠.

물질적 보상은 개별적 간부들에 대한 개인우상화를 조장시킨다며 엄격히 통제합니다. ‘당의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으로 인해 누구도 엄두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김정은의 사인(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선물이라고 해야 고작 텔레비전이 전부이거나 기업소에서는 장례용 입쌀 20~30kg과 양복지(옷감)를 주곤 합니다. 

5. 보상은 충분하지 않은데 속도전만 독려하니 부실공사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 북한에선 부실공사로 인한 건물 붕괴와 인명 피해 사례가 꽤 자주 있지 않았습니까? 대표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었나요?

대공사 때마다 늘 인명피해 사고가 동반되곤 했습니다.

특히 평양시 아파트 공사장에서는 쩍하면 추락, 낙반, 붕괴사고가 발생했는데 1980년 대 초 통일거리 건설장에서 18층 아파트가 붕괴돼 내부공사 중이던 공병 중대 90명이 완전 전멸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명피해 상황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주변을 완전봉쇄하고 군인, 시민들의 입소문을 차단하기 위해 강하게 통제했습니다.

2년 전인 2015년 평천구역 아파트 붕괴사고로 인민보안부 책임간부(최부일)가 가족들을 모아놓고 머리 숙여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북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지방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 구역에서는 2010년 마감공사를 하던 5층짜리 아파트가 붕괴됐는데, 미장 작업 중이던 도 보안국 산하 양성학교 학생 수십 명이 사망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가족에게 텔레비전 한 대씩 주는 것으로 무마해 버렸습니다.

6. 부실공사로 인한 인명피해 사례를 보고도 김정은이 려명거리 속도전 건설을 지시했다는 게 황당할 뿐입니다. 이곳에 입주해야 할 고위 간부들로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초고층 아파트 입주 혜택을 받게 된 간부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최근 몇 년 사이 평양시에서는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미래과학자 거리 등 여러 공사들이 진행됐지만 이번에 진행된 려명거리 건설만큼 불안한 공사가 없다는 것이 간부들의 일치한 반응입니다.

웬만한 공사는 대체로 3년 정도 걸려서야 완공됐지만 이번에 진행된 려명거리 공사는 단 1년 만에 완공됐기 때문이죠.

또한 40층 이상과 70층짜리 고층건물이다 보니 붕괴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이 공사를 책임졌던 인민보안성의 한 간부는 “집을 거저(공짜로) 준대도 안 들어가겠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노부모를 모시고 있기에 고층주택은 불편하다”며 배정받은 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대신 막대한 돈을 들여 다른 지역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합니다. 

7. 이쯤되면 북한 주민들은 물론 간부들에게도 환영 받지 못할 려명거리에 김정은이 왜 그렇게 집착을 했던 건지 궁금해지는데요. 과연 김정은에게 있어 려명거리는 최대의 치적 사업이 될 수 있을까요?

북한 당국은 각종 대형 건설 사업을 내적으로는 체제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완공된 려명거리 건설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항하면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의 정당성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벌인 사업이었죠.

하지만 만약 정전사태로 승강기(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추면 70층 아파트가 시 주변의 단층 주택보다 못하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 당장은 새로 건설된 려명거리 아파트가 김정은의 ‘애민용’ ‘대외과시용’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멋없이 우두커니 서있는 105층 류경호텔과 같은 신세가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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