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코위츠 대북특사의 방북 성사 배경과 전망

▲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 인권특사 ⓒ연합

북한이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 인권특사의 개성 방문을 수용한 것은 북한도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쟁점가운데 하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따른 긴장감이 여전한 가운데 성사된 그의 개성공단 방문은 향후 한미는 물론 북미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는 다음달 중순께 개성공단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 레프코위츠는 누구 = 레프코위츠 특사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인권문제 등을 거침없이 비판해 와 북한은 물론 개성공단을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온 우리 정부에게도 적잖이 부담스러운 인물이다.

그의 개성공단 비판은 지난 3월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른바 ’2달러’ 발언을 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당시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2달러도 안되는 돈을 받고 있고 노동권에 대해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국제노동기구(ILO) 등 제3의 기관을 통해 조사.평가한 뒤 유엔에 보고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월에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개성공단을 ’김정일 정권을 지탱시켜 주는 퍼주기’의 사례로 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는 대북지원을 통해 ’일부 정부(some governments)’가 사실상 문제를 악화시키고 부주의하게 김정일 정권을 지탱시킬 수 있다”며 우리 정부에 화살을 겨누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정부 당국자는 ‘2달러’ 발언에 대해 “충분한사실 확인도 없이 오히려 (실상을) 왜곡한 발언”으로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한데 이어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이 나오자 곧바로 “내정간섭적인 발언”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레프코위츠 특사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모니터링 문제를 제기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전도해 설명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레프코위츠 특사가 이른바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점에 비춰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와 미국 내 강경파인 네오콘 간의 공방이라는 해석도 제기됐었다.

◇ “개성공단 성공위해선 미국 협조 필수” = 우리 정부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비판에 적극 반박하는 한편 개성공단의 실상을 알 수 있도록 그에게 방북을 제안했다.

지난 3월 더글러스 앤더슨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자문위원과 주한 미대사관 직원 등이 미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한 것도 정부가 그의 방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우리 정부의 방북 제안에 레프코위츠 특사도 “개성공단에서 국제 노동권 기준이 지켜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동의했지만 문제는 북측의 반응이었다.

그동안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 인권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그의 방북을 북한이 과연 받아들이겠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국의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하며 북측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1단계 분양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입주기업의 생산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전략물자를 개성공단으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개성공단 제품을 미국이 한국산으로 인정, 대미(對美) 수출길이 보장돼야 입주기업의 판로 확대가 가능한 것은 물론, 1단계 이후 분양에서 대기업과 외국기업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동인이 돼 개성공단의 성공적인 건설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도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이 같은 필요성에 공감, 미사일 발사 움직임으로 긴장감이 높아진 민감한 시점임에도 그의 방북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 개성공단 둘러싼 각종 현안 풀릴까 = 레프코위츠 특사의 개성공단 방북으로 우선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시각 변화다.

개성공단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던 레프코위츠지만 남북경협의 현장인 개성공단을 직접 보고난 뒤에는 견해가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전망이다.

지난 12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개성공단의 발전상을 직접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면서 “개성공단에 대해 사람들이 품고 있는 몇몇 의문이 있는데 내가 동료들에게 전달할 정보가 내 동료들이 개성공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레프코위츠 특사가 미국 내에서 강경파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그가 개성공단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면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미국 행정부내 기류에도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는 곧 한미 FTA 협상의 최대 쟁점중 하나인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달 초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FTA 1차 본협상에서 우리는 한국산 부품과 재료가 60% 이상 투입된 개성공단 물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원산지 관련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했지만 미국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본협상(7월10∼15일. 서울)에 즈음해 개성공단을 다녀올 것으로 보이는 레프코위츠의 개성공단에 대한 시각이 누그러진다면 강경한 미국의 협상태도에도 다소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미사일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가 ’인권 특사’라는 점에서 직접적 연관은 없어보인다.

다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에 대한 북한의 방북 초청을 미국이 거절한 상황에서 미국 고위 관리가 북한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미사일 사태 해결의 단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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