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퇴장과 미국의 한반도 정책

“매파의 상징인물이 퇴장한 만큼 한반도 정책, 특히 미국의 대북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중간선거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한데 대해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 뿐 아니라 북한문제에 있어서도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주로 협상을 통한 대외정책을 주창한다면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나 북한 등 이른바 ’악의 축’으로 불리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압박을 통한 체제변형’을 유력한 정책수단으로 선호해온 것이 사실.

특히 민주당은 대외정책의 실패를 강조하면서 정책의 전환과 함께 럼즈펠드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해온 만큼 럼즈펠드의 퇴장은 부시 대통령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이 회견에서 향후 이라크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방부 장관이 교체될 것(이므로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이라고 말한 대목은 그대로 대북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렇게 되면 우선 일방주의적인 대북 강경노선의 부분적 수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형식은 민주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서 패배한 만큼 부시 대통령은 일방주의 보다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의견을 외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북미협상파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6자회담 틀 내외를 불문하고 북.미간 직접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미 의회의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미국내 분위기 변화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재개될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의 양자접촉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내용있는 만남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그동안 협상장에서 보면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수석대표가 워싱턴의 매파를 의식해 적극적인 행보를 못하는 인상이 짙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매파들의 위상이 위축된 만큼 협상장에서 보다 활발한 토론과 진전이 이뤄질 여건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또 북한 문제뿐 아니라 럼즈펠드 장관이 주도해온 주한미군 철수 및 재배치,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환수 등 미국의 대 한반도 국방정책에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럼즈펠드와 함께 매파의 중심인물인 체니 부통령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 그리고 새로 국방장관에 오른 로버트 게이츠 전(前)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대북 정책 방향이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다는 점에서 변화의 폭이 얼마나 크게 이뤄질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게이츠 신임장관의 경우 과거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CIA 국장을 지내는 등 부시 집안과 친분이 두터운 데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인물이란 점이 주목된다.

김동현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그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무려 3,4시간을 설명했던 사람”이라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미 궤도에 오른 6자회담의 방향을 바꿀 큰 틀의 변화를 기대하기 보다는 미국내 기류 변화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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