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의 생각은?

“미국, 중국, 한국, 북한을 한 방에 앉히는 4자 회담은 북한에게 미국과 한국 사이를 이간질하라고 초대하는 꼴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조지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으로 입각하기 4년전인 1998년 3월 헤리티지재단 주최 ‘이병철 강좌’에서 ‘동아시아에서 전략 명제’라는 제목으로 한 강연의 한 대목이다.

4자회담은 1996년 당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정착 구상으로 미국측에 먼저 제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공동제안해 우여곡절 끝에 간간이 열리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의 6자회담은 참석범위가 4자회담보다 더 넓을 뿐 아니라, 실제 한.미간 대북 접근법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부각되고, 북한의 이간 전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주무장관이 아닌 때문일 수도 있지만, 6자회담에 대한 럼즈펠드 장관의 말은 많지 않다. 지난 4일 “6자회담이 북한을 다루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한 말이 지금까지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럼즈펠드 장관의 6자회담 관련 언급의 대부분은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려고 하고 있다”는 식의 사실 지적에 그친다.

그렇다고 럼즈펠드 장관이 북.미 양자대화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1998년 헤리티지 강연에서 그는 “북한의 야만적인 정권의 이익은 북한 주민들의 이해와 정반대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변화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의 생존을 걸라는 것인데”라고 말했다.

북한과 대화를 통한 해결은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강연 말미에 북한만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문제(a problem)에 해결책이 없으면, 그건 문제가 아니라 사실(a fact), 즉 ‘해결될’ 일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대처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후 럼즈펠드 장관은 대책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아끼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가능성과 핵무기.물질의 제3자로 확산 가능성에 따른 위험을 강조하고,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른 제재의 효과가 있을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이때문에,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맡기 4년전 남.북한 관련, 미국의 ‘전략 명제’를 밝힌 당시 강연이 현재 북한에 대한 럼즈펠드 장관의 생각을 읽는 데 유용해보인다.

당시 그가 “2개의 한국은 공산주의와 자유간 이념 충돌에서 공산주의가 경쟁이 안되는 이유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 대목이 최근엔 “내 책상에 있는 야간 위성사진을 보면, 남한은 불빛이 환한데 북한은 평양만 가물가물할 뿐 암흑…”이라는 ‘한반도 레퍼토리’로 되풀이 되는 점만 봐도 그의 8년전 대북 ‘전략 명제’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미 70년대 중반 포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뒤 강연 당시엔 유명 제약회사 최고경영자 등 민간기업에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운 입장이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강연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의 “제1의 전략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 통일이며, 그것도 가능한 빨리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 이유를 3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북한 정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주한미군 3만7천명과 수천만 한국민에 대한 위협”이라고 그는 말했다.

두번째는 “북한 정권은 불법적일 뿐 아니라 부도덕(immoral)하거나 도덕관념이 없거나(amoral) 그 둘 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당시 북한의 기아를 “스탈린 시대 공포정치용 기아”로 규정했다. “김정일에겐, 빼기해서 더하는 셈, 즉 정권에 보탬이 안되는 사람들을 야만스럽게 빼기해서 자신의 권력을 더하는 것”이었다고 봤다.

세번째로,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공갈을 종식시키는 게 아니라 계산을 늦추는 것일 뿐”이라고 럼즈펠드 장관은 말하고 “그런 정권이 핵능력을 유지하는 한, 위험은 상존한다”고 단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의 대기근으로 인한 미국의 식량지원에 대해서도 “역내 평화에 최대 위협이면서 그 지역에 대한 우리 원조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모순이 생기게 됐다”고 비판하며 “어떠한 원조도 최소한 조건부여야 한다는 게 양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 중 하나라는 범주를 넘는다(far more than a key U.S. ally)”라며 양국 유대는 “전쟁 속에 만들어져 공통의 위험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유지돼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관점에서,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 미래의 도전과 약속을 집약하고 있지만, 한반도도 다른 방식으로 그렇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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