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와 김정일 北核 계산법

런던이 연쇄 테러를 당했다. 9. 11 테러와 스페인 열차테러에 이은 대규모 테러다. 테러는 21세기형 전쟁이다. 전선이 뚜렷한 재래식 전쟁보다 더 위험하고 더 파괴적일 수 있다. 야만의 얼굴을 한 전쟁, 그것이 테러다.

80년대까지의 냉전이 총성 없는 3차 대전이었다면 9.11 테러 후 전세계는 테러와의 제4차 세계대전에 돌입해 있다.

4차 대전의 특징은 민주주의와 독재간의 전쟁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간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종교를 빙자한 테러 독재집단이 이슬람 교도들을 종교적 인질로 삼아 민주주의 국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테러의 본질이다.

만약 이 테러를 문명간의 충돌로 본다면 성스런 이슬람교에 대한 또 다른 ‘정신적 테러’에 다름 아니다. 이슬람의 교리 어디에도 야만적인 테러를 부추기는 계명은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일의 ‘2차 인질’은 남한 정치인

김정일 정권의 본질도 테러집단과 같다. 김정일 정권에 1차 인질로 잡힌 사람들은 북한 인민들이다. 김정일 수령독재의 인질로, 선군정치의 인질로 잡혀있는 당사자가 북한인민들인 것이다.

모든 북한인민들은 나라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원한다. 하루라도 빨리 개혁개방이 되어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되기를 원한다. 2천3백만 인민들 중에 개혁개방을 원치 않는 단 한사람이 김정일이다. 이 한사람에 전 인민이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북한인민들을 인질로 잡아놓고 그 위에서 지상의 모든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것이 지금 북한체제의 본질이다.

만약 인질로 잡힌 북한인민들과 인질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우리가 거부한다면 북한의 전인민을 적으로 돌리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김정일의 2차 인질은 남한이다. 1차 인질이 수령독재사상과 선군정치에 잡혀있다면, 2차 인질은 김정일의 ‘민족공조’ 노선과 핵무기에 잡혀 있다.

2차 인질로 잡힌 핵심 인물은 남한의 정치인들이다. 노무현 정부와 정치인들은 김정일에게 점수를 따는 방식으로, 아니면 적어도 김정일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궤변으로 남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보려 한다. 무책임과 선정주의, 황색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대통령이 편지질이나 하면서 자기 책임을 모면해보려는 얄팍한 행태가 이미 스스로 황색정부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같은 아무 정치철학도 없는 황색 정치인들의 뇌를 김정일이 인질로 잡고 있다. 이 황색 포퓰리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우리는 핵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도리어 ‘민족공조’라는 집단 몽유현상으로 인해 핵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보려는 주변국의 뒷다리나 잡고 있다.

‘런던 테러’로 테러 국제공조 강화될 듯

이번 ‘런던 테러’를 보면서 가장 낙심한 장본인은 김정일일 것이다. 9. 11테러 후 김정일 정권의 입지는 한층 줄어든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김정일은 남한과 일본을 확실한 핵인질로 잡아두기 위해 그동안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런던 테러’는 9.11 이후 미국에 비협조적이었던 서방국까지 대테러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추동할 것이다. 현재 60여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화전술로 선회한 김정일은 ‘조선반도의 비핵화’ 등으로 북핵폐기의 본질을 흐리며 시간을 벌려 할 공산이 더욱 커졌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남아있는 시간을 대충이라도 따져볼 때가 됐다.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핵을 포기하는 순간 정권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북핵폐기 불용’은 상수(常數)라고 봐야 한다.

반면 대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일본 등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것이다.

김정일이 ‘난국’을 피해가는 방법은 중국과 러시아를 이중적으로 활용하면서 6자회담 관련국의 균열을 노리는 한편, 남한과 ‘민족공조’를 강화하고 강온 전술을 배합하여 남한을 대미 방패막이로 삼는 전술로 계속 시간을 벌어가는 것이다. 그 사이 남한정부의 친북화 작업도 강화할 것이다.

북핵해결 남은 시간 1년 6개월 정도

2기 부시 행정부의 실질 임기는 2008년 한해 레임덕 기간을 빼면 2007년까지다. 따라서 외교적, 비외교적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 핵문제를 종결시켜야 할 시점, 즉 대테러전을 완료해야 할 시점은 늦어도 2006년 말이나 2007년 상반기까지로 보인다.

어떻든 내년 한해동안 북핵폐기의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남은 시간은 이제 1년 6개월 정도밖에 안된다.

역산하면, 오는 9월부터 북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상정된다 해도 유엔의 각종 절차를 거쳐 유효한 제재에 들어갈 수 있는 시점은 빨라도 내년 3, 4월 쯤으로 보인다. 그 이후의 시간표는 어떤 옵션을 가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향후 1년 6개월을 어떻게든 넘기는 전술로 맞서려 할 것이다.

이 기간동안 김정일은 미-북 핵문제 동시타결(이른바 조선반도의 비핵화), 과거 핵물질 동결과 사찰, 미-북 불가침협정을 포함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미-일과의 외교관계 수립, 남한정부에 대한 각종 통일공세 등으로 핵폐기 요구의 예봉을 피해가려 할 것이다. 이도저도 어려울 경우, 핵실험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 북한 민주화 맥박 빨라질 것

문제는 남한정부다. 남한은 DJ정부 때부터 북핵폐기를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도리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위해 시간만 벌어주고, 북핵 해결을 위한 주변국의 여러 옵션들을 제약하고 있다.

이같은 무능함의 근저에는 김정일 정권 붕괴에 대한 턱도 없는 걱정이 놓여있다. 북핵문제는 김정일 정권이 교체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이 사실을 모르면 북핵을 해결할 길이 없다. 북핵문제든, 북한의 개혁개방화든 김정일 정권이 교체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한정부가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걱정해주든 말든, 오는 가을 경부터 미국 유럽 호주 등 PSI 참여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실제 프로세스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런던 테러’는 이같은 움직임에 분수령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그럴수록 김정일 정권은 남한의 황색정부를 더 활용하려 할 것이다. 그 결과 남한은 김정일 정권과 함께 국제왕따의 늪으로 더 빠져들어갈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역사적 시기에 가장 무능한 정부가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는 중이다.

이제 북한문제를 둘러싼 사태와 해결의 길은 좀더 명료해져 가고 있다. 그 길은 북한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진보세력과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 국제사회와의 튼튼한 연대로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고 국민들 스스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가는 것이다.

앞으로 그 맥박이 조금씩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손광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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