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오는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세계 주요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제 2차 세계대전 승전(勝戰) 60주년’ 기념 행사에 정식 초청됐다.
모스크바 외교가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함께 초청됐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어 러시아가 남북정상회담 자리를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승전 60주년 행사는 올해 러시아 정부가 준비하는 가장 큰 외교 행사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내노라하는 각국 정상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대사 김재섭) 관계자는 16일 “러시아 정부가 노 대통령을 60주년 행사에 초청한다는 의사를 주한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한국측에 전달했으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재섭 대사에게 초청장 사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이 한국 정부에 초청 의사를 통보한 시기는 구랍 29일경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사관의 다른 관계자는 “11일 시무식을 가진 직후부터 대통령의 60주년 행사 참석 문제를 본격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섭 주(駐)러시아 대사는 노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러시아 정부가 행사 준비에 나서려면 (초청받은 국가들은) 적어도 이달 안에 참석 여부를 통보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측은 노 대통령의 방러에 대비해 이미 수행원과 수행기자단이 묵을 현지 호텔과 프레스센터에 대한 사전 예약을 마친 상태다. 6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을 경우 자칫 행사 기간에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외교가에서는 노 대통령과 함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도 초청장이 전달됐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주변상황이 허락할 경우 올해 8.15 해방 60주년과 지난 2000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5주년을 맞아 모스크바에서 남북 정상간 만남이 실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북한은 2차대전 종전 직후 소련군이 진주해 정권을 탄생시킨 만큼 60주년 행사에 초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와 한국 대사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식 초청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지난해 9월 노 대통령의 방러 성과가 좋았던 만큼 러시아 당국이 공식 초청을 했다면 한국 정부가 이를 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부시 미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각국 정상들을 만날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개최국으로서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 2003년 5월말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페테르부르크 건설 30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는 한국이 초청받지 못했다.
당시 행사에는 옛 소련 공화국간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12개국,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과 당시 10개 예비 회원국, 주요 8개국(G8), 상하이 협력기구(SCO)에 속한 중국 등 45개국 정상들이 참석해 연쇄 접촉을 가진 바 있다./모스크바=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