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견 北벌목공 “월급 70% ‘당자금’ 명목 걷어가”

최근 들어 북한 임업대표부 산하 러시아 파견 벌목노동자들의 탈출이 늘고 있는 것은 북한당국의 과도한 ‘임금 착취’가 원인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러시아 벌목 노동자로 파견됐다가 탈출, 최근 한국행에 성공한 탈북자 송기복(가명.48)씨는 18일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임업사업소에서는 월급의 70%를 ‘당(黨)자금’ 명목으로 걷어간다”며 “죽도록 일해서 번돈을 다 빼앗기는 데 그곳에서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말했다.


북한은 통상 러시아 파견 벌목 노동자들의 임금 중 30%를 ‘충성의 당자금’으로 떼어갔다. 그러다가 핵실험으로 인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자 2008년부터 당자금으로 떼어가는 액수를 임금의 70%로 늘린 것이다.
 
러시아 파견 벌목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운전, 벌목, 검척(통나무 지름을 재는 일)등 대부분 육체노동이다. 직종별 노동강도에 따라 그들 월 40~100달러 정도를 받는다.


그러나 당자금 명목 임금 70%를 빼앗기고 나면 실제 손에 쥐어지는 액수는 12~30달러 정도다. 액수가 너무 적으니 고향 가족들에게 송금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휴가차 고향에 잠시 돌아가는 동료들의 인편으로 고향 가족들에게 현금을 전달한다.


송 씨는 “겨울엔 영하 40도를 넘는 추위와 싸워야 하는 벌목공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스럽다”며 “그 와중에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니 일할 의욕이 전혀 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정도의 월급으로는 러시아에 파견나오기 위해 당간부들에게 바치는 뇌물도 뽑지 못한다. 송씨는 러시아로 파견되기까지 적지 않은 돈을 뇌물로 썼다. 임업사업소 당위원회에 승인을 받은 다음 도당 간부부 2과에서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간부들에게 바친 돈은 총 400달러에 육박했다.


송 씨가 벌목현장에서 탈출하기 직전 받았던 월급은 고작 30달러, 1년을 모아봐야 뇌물비용도 안되는 셈이다.


처음엔 송 씨도 ‘러시아 드림’에 부풀어 있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해외 파견 노동자 가족은 일반 주민들보다 그래도 나은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3년만 죽도록 일하면 북한에서 10년 벌 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시베리아 혹한만큼 냉혹했다.


◆러시아 임업사업소, ‘김정일 현금창고’ 역할 톡톡히 해


송 씨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북한 노동자가 파견된 러시아내 벌목사업소는 총 17개다. 사업소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업소별로 1500~2000명 정도가 파견돼 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이 당자금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돈은 기업소당 매달 최대 14만 달러 이상이 된다. 년간 러시아내 전체 북한 벌목소가 만들어내는 당자금이 약 2천5백만 달러를 상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정일의 ‘현금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송 씨는 “월급의 대부분을 당자금으로 떼이고 나니 사업소에서 이탈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내가 알고 있는 숫자만 한해 평균 30명은 됐다”고 말했다.


각 사업소에 조직된 당위원회의 몰염치한 태도도 노동자들의 탈출을 부추킨다. 영하 30~40도의 추위속에 늘상 ‘동상’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에게 변변한 치료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씨는 “2006년 당시, 평안남도 덕천에서 온 벌목공이 작업 중 두발에 동상에 걸렸는데 치료를 제때하지 않아 결국 두 다리를 잘라야 했다”면서 “보다 못한 노동자들이 사업소 당위원회에 의견을 냈으나 무시당했고, 오히려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면서 귀국 조치시켰다”고 말했다.


사실 사업소 당위원회의 주요 활동은 노동자들에 대한 사상교양과 감시, 당자금 징수가 고작이다. 통상 지배인, 당비서, 보위지도원, 보안원이 1명씩 배치되고 그 아래 행정간부 15명 정도가 기업소를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자들의 생활은 북한에서와 똑같다. 매주 생활총화를 해야하고 식사도 배급이다. 사업소 주변 공터를 개간에 감자와 밀을 심어 부족한 식량을 보충한다.


사업소에서 이탈하면 무조건 처벌을 받는다. 죄질이 무겁다고 생각하면 북한으로 소환돼 교화형에 처해지는 경우도 있다. 


송 씨는 “때론 사업소에서 이탈해 사냥에 나가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면서 “그러나 일정액수를 간부들에게 ‘뇌물’로 바쳐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당자금’ 명목의 임금 착취에 현지 간부들의 ‘뇌물’까지 더해져 노동자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송환 공포 때문에 불만도 내색하지 못하는 분위기라, 탈출을 감행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 씨는 “사업소에서 도망치면 결국 한국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함께 한국에 오지 못한 다른 동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밤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