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문가 “늦은감 있지만 미북관계 도움될 것”

러시아 내 한반도 전문가인 러시아 과학원 극동문제연구소 김 예브게니 상임연구원은 11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후 북한과 미국, 남한과 북한 간의 관계 개선에 일정 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상임 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왜 미국이 이 시점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는지가 사실 궁금하다. 애초 약속대로 8월에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이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으며 오히려 두 달간 긴장만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8월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는 행정 재량을 확보했으나, 북한이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 검증 체계구축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그간 해제조치를 유보해 왔다.

그러나 그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해온 적대적 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완화시킬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미국이 어느 정도 북측과 관계 개선에 나설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6자회담 틀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남·북한의 문제가 아닌 북·미 간 문제일 수도 있다. 비핵화 문제를 남북 관계와 연관시켜 나가는 것도 현 남북 관계를 고려할 때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은 6.15선언 정신, 10.4 정상회담 정신에 따라 남북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어찌 됐건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남북 관계가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시켰다고 해서 이라크에 한 것처럼 북한을 너무 심하게 몰아서는 안 된다. 검증 패키지 프로그램에 의해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겠지만 군사 기밀까지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북한도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 미국, 중국처럼 진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핵무기 보유 정책을 포기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6자회담 참가국들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기존에 합의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5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간 양자 회담에서도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포함한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러시아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이달 초 열린 북·미 대화 내용을 러시아 측에 설명하고 경제지원 등 이후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한 러시아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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