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문가들 “北 엘리트들 친중체제 선호”

러시아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한국 측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무차관이 21일 밝혔다.

러 외무부 아태지역담당 차관이자 북핵 6자회담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보로다브킨은 이날 오전 모스크바 시내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 전문가들의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러시아 정부가 언제 천안함 보고서를 한국 측에 전달할 것인가’라는 연합뉴스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보르다브킨 차관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는 당초 국가 지도부를 위해 내부용으로 작성된 비밀문서로 러시아 정부는 이를 한국이나 북한 어느 쪽에도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천안함 사고의 원인을 따질 때가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할 시기”라며 “이를 위해 6자회담 재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로다브킨은 그 전제조건으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공격적) 수사를 낮추고 동북아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중단함으로써 사태를 진정시키는 한편 어떤 조건하에서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을지를 외교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자국 해군 소속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자체조사단을 지난 6월 1일부터 1주일 동안 한국에 파견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자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보르다브킨 차관은 이에 앞서 축사에서 “천안함 사태로 수십년 동안 지속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최악의 수준에 달했다”며 “더이상의 긴장 고조는 갈등과 충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차관은 이어 “위기의 책임은 남북 양측에 함께 있다”고 전제하고 “북한은 2009년에 2차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참여했어야 했으며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과 남한이 한반도 인근에서 군사 활동을 증가시킨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북핵 문제와 천안함 사건 등으로 야기된 한반도 긴장 사태와 관련, 러시아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작성한 보고서 발표가 있었다.

‘한반도: 러시아에 대한 도전과 가능성’이란 제하의 보고서는 러시아 정부 산하 재단 ‘루스키 미르(러시아의 세계 혹은 평화)’의 뱌체슬라프 니코노프 사무총장,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로 같은 재단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국제협력국장, 알렉산드르 제빈 극동연구소 한국연구센터장, 이고리 사기토프 외무부 아주1국 참사관 등 9명의 전문가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보고서는 “천안함 사태는 남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 사이의 관계도 악화시키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으며, 지금의 한반도 주변 상황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 간 대결이 펼쳐지던 냉전시절을 연상시킬 정도가 됐다”며 관련국들의 조속한 사태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또 “천안함 침몰로 야기된 위기는 상당 부분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고립과 체재 약화, 최종적으로는 ‘항복’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유례없는 압력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일련의 의도적 조치를 취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북핵 사태 해결 방안과 관련, 보고서는 “현 시점에서 (6자)대화의 중심에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의제로 올려놓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비핵화라는 먼 미래를 지향하면서도 당장은 북한의 추가적 핵개발을 중단하게 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에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북한에 친(親) 중국 체제를 세우려할 것”이라며 “북한의 통치 엘리트들도 남한에 항복하는 것보다 이 길을 더 선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어 “6자회담에서 러시아가 미국, 중국, 남한에 가치가 있는 것은 러시아 정부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는 한국뿐 아니라 북한과도 정상적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고 자국 정부에 등거리 외교를 주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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