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심도있는 대화 시기상조’ 판단

러시아측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이 불참한 가운데 세르게이 라조프 주중 대사가 임시 수석대표로 나섰던 러시아는 예전만큼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했다.

러시아 언론도 회담 진행 상황을 상세히 보도하지 않는 등 회담 성과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뚜렷이 내놓지 않았다.

라조프 대사는 이번 회담이 무엇보다도 금융제재에 관한 북한과 미국의 심각한 이견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면서 “우리 대표단은 당사국들에 자제와 유연성, 그리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조치를 배제할 필요성을 줄기차게 촉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로서는 이번 회담이 지난해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북한과 미국간 이견을 좁히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론 당사국들이 심도있는 대화를 갖기엔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해왔다.

알렉세예프 차관이 지난 5일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연내 6자회담 재개가 힘들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서 억지로 형식적인 회담을 재개할 경우 북-미간 반목 확대 등 부작용만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가장 빠른 기회에(at the earliest opportunity)’ 회담 재개라는 모호한 문구를 통해 차기 일정을 잡지 못한 채 끝난 것은 러시아측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로서는 알렉세예프 차관이 내년 1월 유럽평의회 대사로 나가게 되면서 6자회담 수석대표가 공석으로 남게 되는 등 향후 열릴 6자회담 회의에 앞서 자체 전열을 정비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완화된 대북 압박을 통한 협상 진전이라는 논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6자회담 재개를 이틀 앞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는 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북미간 사전 양자 접촉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효과적인 협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러시아로서는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 계좌 동결조치가 6자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려왔다고 직.간접적으로 비난해왔지만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측은 북한을 설득해 미국과 사전 접촉을 갖도록 만드는데도 실패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 6자회담 재개가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재차 확인하고 좀더 세부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자리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놓고 뚜렷한 대안을 찾지는 못했지만 신년 벽두에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는 6자회담 외에 북핵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해온 만큼 6자회담의 틀안에서 논의 방식을 바꾸는 등 형식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타르타스 통신은 김영재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21일 발레리 수히닌 차기 주북 러시아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한의 입장은 불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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