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새정부 대북정책 코드는 ‘실리’

러시아에서 7일 취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새 정부의 대북 정책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남.북.러 3각경협을 통한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간 연결사업을 비롯한 경제실리 관점에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의 경력상 북한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거의 없다.

그러나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즈프롬의 이사장 출신인 ‘CEO(최고경영자)형 지도자’로서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경제를 중심으로 한 실리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인 견해다.

메드베데프는 대통령은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의 첫 대통령선거 캠프를 이끌었고 푸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쳐 제1부총리에 오르면서 푸틴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려왔다는 점에서 대북정책에서도 푸틴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재남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사람’으로 푸틴 정부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과 우호협력을 강화하면서 남.북.러 3각경협을 통한 TKR과 TSR간 연결사업과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한반도 현안에 대해 토론을 가졌던 조한범 통일연구원 통일학술정보센터 소장도 “북한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러시아는 대단히 현실적”이라면서 “무엇보다 실리적 관점에서 TKR.TSR 연결과 시베리아 가스 개발.공급 문제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지난달 24일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연장 54km의 철도 현대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해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시 합의한 사항에 대한 뒤늦은 이행에 나선 것도 러시아의 관심이 어디에 쏠려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또 하산-나진 철도와 TSR 수송을 담당할 합영기업 설립에 합의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가 각축전을 벌여온 동해안의 중요 항구인 라진항의 운영권이 사실상 러시아로 넘어가게 됐다.

러시아는 나아가 ‘강한 러시아’의 기치아래 북핵 6자회담의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 의장국으로서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핵 문제가 원만히 해결돼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가 구축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3월 북러간 경제.문화협조협정 체결 59주년을 맞아 게재한 논설에서 “조(북)러 친선의 강화발전은 두 나라 인민들의 염원과 이익에 부합되고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유익하다”면서 양자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보장, 주요 국제문제들의 공정한 해결을 위해 호상 협력하고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고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하지만 북한이 옛 소련으로부터 빌린 뒤 갚지 못하고 있는 부채 80여억 달러는 여전히 북러관계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은숙 세종연구소 지역연구실장은 “러시아가 6자회담 등에서 북한체제 보장이나 경제지원 등을 강조하며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는 다소 다를 수 있다”면서 “북한이 옛 소련에 진 부채를 둘러싸고 양국이 적지않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나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러시아가 이런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남.북.러 3각경협 등 철저히 국익을 앞세운 다양한 모색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중심에 둔 러시아의 대외정책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의 대북정책은 러시아 정권의 성격보다는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결단 등 ‘북한 요인’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재남 교수는 “러시아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북한의 핵포기 결단 여부와 개방정책 수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러시아는 3각경협을 좀더 적극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