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성명 1주년> 러, 뚜렷한 대안없이 6자회담 고수

지난해 9.19 공동성명 발표 이후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뚜렷이 변화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는 북핵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고 대북(對北) 제재는 수용할 수 없으며, 핵비확산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한다는 조건에서 북한이 평화적인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해왔다.

러시아로서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이 북핵문제에도 일관되게 적용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던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 정부는 6자회담 당사국으로서 보다는 이란핵문제 해결을 위한 P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제어하는 역할에 치중해왔다.

러시아 주무부서들은 9.19 공동성명 발표를 전후해 대북 전력 공급문제를 놓고 잠시 기대를 보이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고, 러시아 외교 당국자들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당위성만을 강조해왔다.

러시아 언론도 당시 9.19 공동성명이 정치적인 선언으로서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없다면서 실효성을 낮게 평가했다.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대통령 보좌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추가적인 새로운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없으며, 이것이 6자회담을 회피하거나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다”면서 원론적인 언급을 하는데 그쳤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측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 러시아가 대항마로 나서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이란핵문제에서 제재에 반대하며 미국측에 맞서고 있는 형국이 북핵문제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러시아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협조하지 않음으로써 양측간 북핵문제에 대해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코메르산트는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 사무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는 북한에 열려있는 마지막 금융피난처로서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런 분석은 미국에서 상당히 신빙성있게 받아들여진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지난 3일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은 북한이 10개의 러시아 은행계좌를 통해 자금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이를 알고 있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측에 그러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러시아는 북핵문제의 해결은 미국과 북한간 관계 개선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면서 미국측이 대북 압박수위를 낮춰야한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측에 반발해왔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들은 지난 7월 상트-페테르부르크 G8 정상회의 당시 언론브리핑에서 “북한에 엄격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들이 북핵프로그램과 북한 정권 교체 문제를 통합해서 풀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대북 문제에서 미국측과 거리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러시아는 북핵문제에 관한 한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이란핵문제에서처럼 사태를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고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11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한데서도 드러난다.

그는 9.19 공동선언 이후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문제에서 러시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핵무장 해체에 대한 러시아의 다양한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러시아는 9.19 선언 이후 6자회담을 진척시키는데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성급한 제재를 통해 북핵문제가 극단으로 치닫도록 하는 것을 막는 완충역할을 하는 것으로 안팎에서 평가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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